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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래드, 조지프

Secret Agent [밀정], Conrad, 콘래드

by 길철현 2016. 4. 10.

 

*Secret Agent [2015년]

정신분석적인 견지에서 콘래드와 그의 작품을 분석한 Meyer는 콘래드의 작품 중에서 ‘아내가 남편을 죽이는 주제’를 지닌 작품들이 여럿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 작품도 그런 류의 작품 중의 하나이다. 우선 기억이 나는 것을 들어보면 “Outcast of the Islands"의 주인공인 Willems가 자신의 애인인 Aissa의 총에 맞아죽는 것이 있고, 그 다음 그의 초기 단편 ”The Idiots"의 경우에도 네 명의 자식이 모두 백치이고 그에 따른 정신적 압박감을 견디다 못한 아내가 남편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고 만다. 이 작품은 큰 틀에서  그 작품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아들과 같은 남동생이 백치인데, 남편 때문에 죽게 되자 아내가 남편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한다는 큰 줄거리가 비슷하다.

 

그러나, 이 작품을 정신분석적 측면에서 접근할 때의 문제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 Michaelis, Karl Yundt, Alexander Ossipon 등의 무정부주의자들과, 히트 반장과 부국장, 고위관료 등 경찰과 정부측 인사들이 갖는 의미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콘래드가 이 작품에서 하고자 하는 작업을 정치적으로 해석할 눈이 나에게는 없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각 인물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세계에 빠져서 한편의 커다란 ‘부조리 코미디’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콘래드가 도스토예프스키를 싫어하기는 했지만 그의 작품과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에는 유사성이 많이 느껴진다. 그러한 부분도 한번 분석을 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이 작품은 [악령]을 연상시키는 점이 많다.)

 

이 작품의 의미를 좀 더 명확하게 추적하기 위해서는 리비스나 그 밖의 평론들을 좀 읽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어쨌거나,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게 되는 그 심리의 심층에는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지를 추적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