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오른다. 항상 그 출발점에는 언어 현상에 대한 의문들이 있고, 진리의 최전선에 있다고 주장하는 과학과, 또 여러 담론들의 충돌, 인간의 생각들은 왜 이다지도 다양할까? 하는 등등.
다윈이 1859년 [종의 기원]을 출간하면서 '자연 선택설'을 주장한 이래로, 종(이 개념 자체도 어떤 합일점에 도달한 듯이 보이지는 않지만)은 불변의 어떤 것이 아니라 계속 변화(진화)하는 것으로 인식되었고, 진화론은 우리 시대의 지배 담론이 되었다. 그럼에도 아직 진화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구미에서는 오히려 창조론을 믿는 사람이 숫적으로 더 많아 보이기도 한다. 장대익은 그럼에도 생물학자들 중에서 창조론 쪽에서 의미 있는 논문을 낸 사람은 없다고 못을 박을 만큼, 학계 내에서는 진화론의 우월적 지위가 확립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진화론을 인간에게 잘못 적용한 결과 사회적 진화론, 사회적 다윈주의라는 폐해가 큰 이론을 낳기도 했다.
과학은 그 기본 출발에서부터 개별 존재의 다양성을 사상한다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눈부시게 발전해 왔고 또 많은 성과들을 내고 있다. 그렇지만 과학이 무반성적으로 질주할 때 그 끝이 무엇일지는 알 수 없다는 것, 모든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과학 또한 양날의 검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요즈음 특히 화두가 되고 있는 문제는 인공 지능인데, 인간은 어쩌면 인공 지능의 발달로 불필요한 존재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장대익의 이 책의 일부는 [다윈과 페일리]에도 실린 것으로, 해밀턴의 죽음을 계기로 진화론을 믿으면서도 서로 강한 의견 차이를 보이는 과학자들이 토론을 벌이는 흥미로운 형식으로 된 책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자연선택의 강력한 힘을 믿는 적응주의자, 도킨스나 윌슨 등, 그리고 그 반대편에 있는 반적응주의자 굴드, 르윈틴 등이 설전을 벌이는 그런 형식이다.
이 책의 저자가 이 책의 내용을 다른 책들에서 빌려왔기 때문에 이 책은 다른 책들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기회가 닿는다면 그 책들을 읽어볼 것을 부추긴다. 도킨스는 굴드가 지적하듯 논리실증주의자 같은 면이 있긴 하지만 그의 빼어난 글솜씨는 저절로 그의 책에 끌려들어가게 만든다(물론 읽어 본 것은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 한 권뿐이지만). 그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듯, "유전자"가 갖는 중요성은 외면할 수도 없고 외면해서도 안 되는 것이지만, 이 모든 것이 언어 현상, 즉 언어라는 것이 하나의 해석이고, 그 해석의 정당성을 따로 보장해 줄 것이 없다는 것(메를로-퐁티가 지적했듯 '하나의 닫힌 체계'라는 것)을 도킨스가 잘 이해하고 있는지는 의문시된다.
뛰어난 인물들이 세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고 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둔한 귀로나마 귀를 기울이려 하고 있다.
[인용]
- 프롤로그. 해밀턴의 장례식, 그리고 다윈의 식탁
(7) 해밀턴 규칙, 기생자 일론(성의 진화)
1. 강간도 적응인가? (자연선택의 힘)
(19) 적응주의자 - 자연선택의 강력한 힘을 믿는 사람들. 도킨스, 윌슨
반적응주의자 - 굴드, 르윈틴
Thornhill - A Natural History of Rape
(21) 강간은 폭력적 행동이라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성적인 행동에 가깝다.
(23) 코인 : 진화심리학은 하나의 이데올로기이지, 과학은 아닌 것 같음.
(31) 핑커 :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1997)
제리 포더 - 마음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34) 촘스키 - 언어는 기껏해야 두뇌 활동의 부산물이기 때문에, 언어의 신비는 생물학보다는 오히려 물리학에 의해서 벗겨지리라고 봅니다.
(38) 핑커 - 저는 그동안 언어가 정보소통 때문에 진화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언어는 적응 형질이 만족해야 하는 까다로운 여러 기준을 다 통과합니다.
2. 이기적 유전자로 테레사 수녀를 설명할 수 있나? (협동의 진화)
(50) 다윈: 진사회성 곤충 등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자기희생적 행동이 자신의 자연선택 이론에 위협이 될까봐 전전긍긍
- 집단을 위하여 개인이 희생하는 식으로 도덕성이 진화. (집단선택론)
(60) 도킨스 - 개체는 유전자가 자신의 복제품을 더 많이 퍼뜨리기 위해 고안해낸 하나의 장치
(62) 협동의 진화 - 죄수의 딜레마
3. 유전자에 관한 진실을 찾아서 (유전자와 환경, 그리고 발생)
(108) 호메오박스(180개의 염기로 구성된 특정 DNA 가닥)가 초파리의 모든 세포 내에서 전사 과정의 스위치를 정교하게 작동시킴으로써 세포의 운명을 결정하는 마스터 스위치의 역할을 담당.
(110) 르윈틴 - DNA 독트린 ; 현행 생물학과 지배 이념의 밀착을 강도 높게 비판.
4. 진화는 1백m 경주인가, 넓이뛰기인가? (진화 속도와 양상)
(120) 라이엘 - 지질학 원리
동일 과정설 - 허튼: 현재 지구상에 일어나고 있는 자연과정의 원인들이 동일한 방식과 강도로 과거의 모든 지질학적 과정에도 똑같이 작용했다고 보는 이론.
(현재는 과거의 열쇠다)
(124) 엘드리지, 굴드 - 단속평형: 계통적 점진론에 대한 대안
(141) 집단유전학 - 자연선택설 구원투수.
적응도의 조그마한 차이가 세대를 지나면서 어떻게 엄청난 차이로 확대될 수 있는지를 수학적 모형으로 잘 보여줌.
5. 박테리아에서 아인슈타인까지(진화와 진보)
(161) 굴드 : 로버트 영 같은 역사학자는 빅토리아 시대의 사조와 다윈의 자연선택론이 너무나 닮아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다윈의 진화론은 당시 영국사회에서나 나올만한 이론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지요.
(162) 도킨스 : 과학이론이 변해간다는 게 과학자들이 진리를 추구한다는 것과 어떻게 충돌한다는 얘기죠? 오히려 과학자가 진리를 추구하니까 잘못된 옛 이론들이 새 이론으로 대체되는 것 아니겠습니다까? 물론 아무리 냉철한 과학자라도 인간인 이상 실수도 하고 이해관계에 민감해지기도 하겠지만, 그런 점들이 과학의 중심 트렌드에 영향을 줄 만큼 큰 문제라고 보진 않습니다. 과학은 진리를 향해 갑니다. 길게 보면 과학은 틀림없이 진보합니다.
굴드: 과학에 뭔가 특별한 점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과학이 진리를 독점한다고 보진 않습니다. 도킨스 교수는 20세기 초반의 의기양양했던 논리실증주의자 같군요. 이미 한 세기나 철이 지난 과학관을 견지하시다니 걱정입니다.
(쿤 & 포퍼 논쟁)
(183) 과학의 신빙성에 대해 도킨스는 강한 신뢰를 보내는 반면, 굴드는 과학이 사회적 이념에 오염될 수 있는 가능성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듯하다.
(184) 일부 학자들은, 사회의 진보를 위한답시고 선진국에서조차 20세기 중반까지 버젓이 자행되었던 강제 불임시술, 강제 추방, 강제 수용과 같은 만행들이 진화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주장. 실제로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세계 곳곳에서는 장애자, 정신병자, 부랑자, 심지어 특정 인종들을 사회 진보를 갉아 먹는 경균들로 취급하곤 했고, 진화론은 이들을 박멸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는 이론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Francis Galton - Hereditary Genius (1869) : 정신 능력도 신체 특징처럼 유전되며, 적응이 덜 된 열위자들이 사회에 퍼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
- 6. 진화론의 나무 아래서(진화론의 계보)
- 7. 다윈의 진정한 후예는? (진화와 종교)
마이클 셔머 -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203) 굴드 : 갈릴레오와 카톨릭 교회의 충돌은 관련자 개개인의 독특한 개성과, 당시 교회를 둘러싼 특유의 정치 상황들이 뒤범벅이 되면서 일어난 복잡한 사건이었습니다.
(212) 구미에서 창조론을 믿는 사람들이 많음
(213) 굴드 ; 창세기는 인류 탄생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근동 지방의 신화일 뿐입니다. 창조론자들과 괜히 과학적인 주제들에 대해 논쟁할 필요가 없습니다.
(222)외계생물학자가 본다면 지구의 주인은 인간도, 개미도 아닌 박테리아일 것이라는 게 굴드의 생각. 40억년의 역사에도 한결 같이 양적으로 최고의 자리를 지킨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266) 종교의 진화 심리학 - 적응주의, 부산물, 밈의 역학
(267) 윌슨: 초월자를 믿는 것이 그렇지 않는 것보다 개인의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된다는 것.
(286) ID - intellectual designer - Michael Behe, William Dembski
(292) 공립학교에서는 창조론을 과학이론으로 가르쳐서는 안 된다. (1987년 연방법원 판결)
http://blog.daum.net/kilchy/735(장대익. 다윈 * 페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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