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삶에 대한 적극적 체험에서 비롯되고 또한 그 삶에 더욱 커다란 자유를 부여함을 믿는다. 갈래를 규정하지 않는 폭넓은 시각의 정비가 필요한 만큼 우리는 문학이 관여할 수 있는 모든 범주의 체험에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자유는 외부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간접적인 의미의 것이 아니라 가장 확실한 실체인 자신의 내부에서 파악, 발전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부단한 창작을 통하여 이러한 노력이 자기화될 때 우리는 삶에 부쳐, 어설픈 건조체의 수식이 아닌, 심장부를 스치는 마음의 소리들을 토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더욱 절망해야 한다. 절망이 삭고 삭아 몇 조각의 뼈만 남았을 때 그 뼈를 맞추어 인간의 모습을 만들고 세상의 목소리를 빚어내야 한다. 무의미한 자기방어와 기성시의 기술적 모방이 아니라, 우리 문학이 쌓아온 한국적 토양 위에서 분명한 자기의 모습을 창출할 수 있는 문학적 양심과 자존이 필요하다.
"내재율"은 우리들의 감출 수 없이 솔직한 모습이다. 이 속에 자유가 있고 진실이 있고 사랑이 있으며 지난밤 애써 가라앉힌 절망이 있다. 핏줄처럼 뚜렷한 절망이 하나 둘 제 빛깔을 가질 때 우리는 우리들의 삶을 관통하는 어떤 중요한 흐름에 접근해 온몸으로 이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시를 사랑한다. 다만, 그러한 모든 것들을 어떤 문학적 여과과정을 통하여 시화할 수 있느냐하는 문제가 숙제로 남아있다. 습관으로 만나지 않고 거짓으로 노래하지 않을 때 우리 글이 떳떳해지는 것과, 지속적인 절망속에 격발되는 몇 줄기의 목소리로 인해 우리 삶이 아름다와짐을 믿는다. 또한 "내재율"의, 열사의 아라베스크와도 같은 질긴 수명을 모두와 함께 바라마지 않는다.
198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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