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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이야기/고흐 시편

가장 환한 불꽃 -- 유 하

by 길철현 2016. 8. 30.

 

케이에게 얘기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내가 이 손을

불꽃 속에 넣고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시간 동안만.

   --어빙 스톤,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 중에서

 

 

태양은 늘 자기 마음의 가장 환한 데를

가을 프로방스 땅에 바친다

 

아를의 어느 허름한 여관방에 누워

바라보는 창밖의 낙조

벽엔 고흐의 방이라는 그림이 걸려 있다

햇살 한자락의 붓을 들고

이 땅을 노닐다 간 사내

사랑의 끝, 이별,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 . .

그 작은 죽음들과 기꺼이 벗할 수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뜨겁고 환하다

저 잎새에 물드는 낙조처럼

 

그는 사랑하는 여자의 아비 앞에서

촛불 속에 자신의 손을 밀어넣는다

 

자기를 태울 때까지만 허용된 사랑,

그리고 사랑의 가장 환한 불꽃인 고통

 

자기를 다 태울 때까지만

빛으로 허락된 햇살이여,

순한 바람이 불고

석양빛에 타오르는 붉은 잎새가

고흐의 손길처럼 고요히 흔들리고 있다

 

--시집 [천일마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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