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는 말
2016년 1월 22일 나는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쉰 하나(만으로는 마흔 아홉)라는 늦은 나이에 처음으로 혼자 떠난 외국 여행이었는데, 2주 동안의 이 영국 여행은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삶을 새롭게 볼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당시의 경험이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다가와 한 동안은 여행 작가로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30년이라는 긴 시간 영문학을 공부해 왔지만 영국이라는 나라에 가서 직접 그 문화와 자연과 맞부딪히면서 받은 느낌은 친숙함보다는 이질감이 더 두드러졌다. 물론 가장 기본적으로 의사 소통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는 건 가장 클 수도 있는 장애 요소를 하나 덜었다는 점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소하게는 동전의 종류를 비롯하여 창문을 여는 방법이나 또 가장 빈번하게 부딪히게 되는 길 찾기 등, 한 마디로 모르는 것 투성이어서 사람들에게 계속 물어보거나 혼자 방법을 암중모색해야 했다.
무엇보다 아찔하면서도 신났던 것은 우리와는 달리 좌측통행을 하는 그곳에서 차를 렌트해 내비게이션도 없이 여행 안내 책자에 나오는 지도에 의지하면서 잉글랜드 북쪽과 스코틀랜드 지역을 돌아다닌 것이리라.
나의 영국 여행이 구체적인 계획 아래 이루어진 것은 아닌데, 알게 모르게 내 전공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서 크게 보면 [문학 기행]이 되었다. 애초에 영국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가 당시 준비하고 있던 박사학위 논문의 대상인 조지프 콘래드(Joseph Conrad)의 묘소를 찾고, 또 필요한 책도 몇 권 구해보려던 것이었기에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다.
내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 중의 하나였던 이 영국 여행을 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은 굴뚝 같았지만 논문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그 방대함 때문에 잘 엄두가 나지 않았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그 의지도 희미해지고 말았다.
시간의 화살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어 벌써 6년이나 지나고 말았다. 다행스럽게도 스마트폰이긴 하지만 당시 찍어둔 사진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데다 여행을 하면서 그날그날 있었던 일들을 노트북에다 적어두었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바탕으로 내 흐린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써보려고 한다.*
*스마트폰에 녹음을 해둔 것도 있는데 살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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