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를 쓸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대학교 1학년
문창반이라고 들어가니
모두 시만 쓰고 있었다
위가 큰 소설가를 꿈꾸던 나도
시류에 야합하여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이내 맞이한 시낭송회
선배가 고쳐 준 시를 무사히 낭독했나 했더니
합평회 때 분기탱천한 일인
시에 대해서 시자도 모르면서 시를 쓴다고
콘크리트 바닥에 그대로 대가리를 처박고 싶었지
절치부심
와신상담
굴하지 않고
시를 읽고
시를 생각하고
어느새
시로 담아내고 싶은 한마디 말이라도 생겼던가
안 써지는 시를 써나가려 했지
하지만
용기를 내어 투고를 하면
그 즉시 낙고라
시와 나는 인연이 아닌 것을
대머리에서 새 머리 나고
벙어리 말문이 터지고
봉사가 눈 뜨고
앉은뱅이가 서는 걸
기대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터
온 적도 없는 시야
가거라
멀리
멀리 가거라
시는 시시해
시는 시원해
(시는 구원에다 플러스 일원)
시는 시월에 피는 무슨 꽃
시는 시발
떠나도 떠나지 못하고
다가 가려해도 가지도 못하는데
Way out of my league 차도녀인 시가
어느 날 문득 썩소를 날렸다고
날아가는 새의 구녕이라도 본 듯
헤블레 입을 벌려야겠는가
시팔
아이쿠사,
시는 욕도*
* 장미란이 고등학교 때 선배들에게 "저 역도 해요"라고 했는데, 선배들이 "괜찮아, 우리도 욕해"라고 했다는 에피소드에서 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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