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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독서일기06-10

브루노 베텔하임, 전래동화의 의미와 가치--마법의 효용(Bruno Bettelheim, The Uses of Enchantment)

by 길철현 2016. 12. 6.

*Bruno Bettelheim, The Uses of Enchantment, The Meaning and Importance of Fairy Tales, Alfred A Knopf

(브루노 베텔하임, 전래동화의 의미와 가치--마법의 효용, 이남호 옮김.) (070112)

 

이 책에 대해서 처음으로 접한 것은 김우창의 문학의 즐거움과 쓰임”([문학의 지평])이라는 글에서였다. 동화 [라푼첼]에서 라푼첼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이용하여 자신을 구원한다는 이야기가 꽤 인상 깊게 남아서 언젠가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웬일인지 고대 도서관에 이 책이 있어서 제본을 해두었었다. 그런데, 지난 번 논문을 쓸 때(98)에는 시간의 부족으로 읽지 못했다. 그러다가 3년 전쯤(2004) 신고서적에서 미간행된 이남호의 번역본을 구하게 되었다. 요번에 다시 논문을 쓰면서 읽어 보아야지 하는 생각만 가지고 쉽사리 손을 대지는 못했는데, 논문 제출이 다가오자, 예전의 그 불안감에 다시 휩싸이게 되었고, 그러다가, 원서를 읽는 것은 좀 겁이 나서, 이남호의 번역본을 집어 들었다. 이 책은 나의 불안감을 잠재워 주지는 못했지만, 그걸 살펴보는 데에는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내 불안감의 원인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모든 아이들이 오이디푸스적 갈등에 시달리고 그걸 잘 이겨내야만 건강한 성인이 될 수 있다는 걸 여러 동화들을 통해 예시해 주고 있었고, 내 심리적 불안감도, 어릴 적의 그런 갈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것이라는 걸 좀더 명료하게 깨닫게 해주었다. 나쁜 마음을 품고,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데 대한 죄의식과, 나를 제대로 보살펴주지 않고, 나를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는데 대한 분노, 이 두 가지로 요약되는 내 감정의 응어리를 보다 더 잘 깨닫게 해주었다.

베텔하임의 글은 너무 명료하고, 너무 설득력이 있어서, 현실이 과연 그러한가 하는 의문을 품게도 만들지만, 동화가 내포하고 있는 상징에 대한 그의 통찰력과, 해박한 지식에는 감복하지 않을 수 없다. 논문을 쓰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줄 듯하다. (다시 한 번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

 

*이것은 한 어린이가 <버림받았을> 때 어떻게 느끼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처음에 아이는 어머니가 돌아오면 얼마나 행복할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다시 자기를 돌보아 준다면 어머니에게 어떻게 보답할 것인가를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아이는 점점 더 화가 나게 되고, 자신에게서 행복을 앗아간 사람들에 대해 그가 할 잔인한 복수를 상상하게 된다. 실제로 그런 상황에서 놓여나면 아이는 아주 행복해할 테지만, 그런 사실은 아이의 생각이 자신에게 불행을 가한 사람에게 보답하려는 데서 벌주려는 것으로 바뀌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48) (지니의 생각) 히스클리프의 행동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것.

*자신이 홀로 버려질 거라는 생각보다 더 큰 삶의 위험은 없을 것이다. 정신 분석에서는 이러한 두려움을 분리불안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버려졌다고 느끼는 경우에 나이가 어릴수록 그 불안은 더욱 격심해지게 된다. 왜냐하면, 실제로 어린이들은 충분히 보호받고 보살핌을 받지 못할 경우 큰 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궁극적 위안은 우리가 결코 버려지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것이다. (217)

 

*어머니와의 관계는 모든 사람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다른 어느 것보다 그것은 우리의 초기 인성 발달에 결정적이다. 그것은 인생을 어떻게 이해할 것이며, 우리가 무엇이 될 것인가, 또는 낙관적이 될 것인가 비관적이 될 것인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유아기에서는 어머니와의 관계가 절대적이다. (323) (: 에릭슨은 이러한 경험들이 생애를 통해 우리가 개개의 사건들에 믿음을 가지고 대하느냐 불신을 가지고 대하느냐 하는 기본적 태도를 결정한다고 한다.) 이 이후 부분도 중요.

 

*집안의 중심에 있는 난로는 어머니를 상징한다. (368)

*잃어버린 것은 처음 잃었던 곳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사실(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