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mayer's Folly
핵심어 : 씨앗. 이국성. 인종주의(제국주의). 정신분석적 특성. 폴란드. 묘사의 힘. 감정의 강렬성. 시간 전도. 사건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방식.
콘래드의 이 첫 작품은 그의 이후의 뛰어난 작품들이 보여주는 장점들이 전면에 부각된다고 할 수는 없더라도, 이후 작품들에서 드러나는 그의 특징들의 맹아는 거의 다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처음에 이 작품을 읽을 때는 시간 전개가 다소 혼란스럽고, 정확한 상황 파악이나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 파악이 어려워서 다소 지루하고 장황한 느낌이 강했다. 두 번째로 읽은 지금에도 Hudig라는 인물에 대해 콘래드의 설명이 너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긴 하지만 상황의 전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다시 읽은 현재 이 작품에 대한 느낌은 대체로 좀 더 좋은 쪽으로 기울었고, 왜 H. G. Wells 같은 작가가 이 작품에 극찬을 했는지도 이해할 수가 있을 듯하다.)
콘래드의 작품 더 나아가서는 그의 생애에 있어서 가장 두드러지는 면 중의 하나를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국제성”(혹은 혼종성)일 것이다. 식민치하의 폴란드에서 태어나서 (Keith Carabine의 다음 말이 이 부분을 잘 요약하고 있다. Critical Assessment, 1)
Famously, and in marked contrast to other great English writers, Conrad experienced several 'lives', and was exposed from birth to many different races, languages, cultures, faiths and political and historical traditions. Thus he was racially a Pole, born a subject of the great Russian empire, who spent his youth in the Ukraine and in exile with his father; his adolescence in Cracow (then part of the Hapsburg Empire) and in Marseilles, France, and his manhood as a mariner in the British Merchant Service. Then from the publication of Almayer's Folly, when he was thirty-seven years old, he 'ventured into' the 'field' of English letters he was 'with the determination' (as he proudly told a Polish friend) 'to achieve a reputation . . . I do not doubt my success(10 March 1896).'
영국 배의 선원이 되었다가, 서른일곱 살의 나이에, 자신이 스무 살이 될 때까지 거의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던 영어로 소설을 발표했다는 사실 자체부터가 정말 특이한 이력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소재 또한 겉보기에는 전혀 자전적이지 않은 먼 이국땅인 인도네시아에 사는 네덜란드 가족과 말레이 인, 아랍 상인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물론 표면적으로 이 작품의 소재는 그의 선원 생활에서의 간접적인 체험에서 따왔다. 이 작품과 몇몇 다른 작품들, 실제 선원 생활의 체험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작품들 때문에 그는 ‘해양소설가’로 불렸고, 당연하게도 그는 그 사실을 별로 달갑지 않게 여겼다.) 콘래드는 이 작품의 주인공인 올메이어의 묘사를 통해 그의 내면적 고통(이 부분이 아주 깊이 있게 전개되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을 보여주고, 그와 동시에 이후 그의 작품의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장면 장면의 생생한 묘사’(make you see)도 이 작품에서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이 작품에 대한 당대의 서평은 얼마 되지 않는데 그 중 하나는 이 작품에서 공간적 배경이 되는 말레이의 판타이의 묘사를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다. The scenery does not appear behind the characters like the 'back cloth' at a theatre - it mingles with them to the end that one may know they would not have been what they were had the white fogs not risen nightly from the river -- All this is not a setting of the story, it is as much the story as the human interest (CA. World. 242)). 그 다음 시간 전개에 있어서도 아주 복잡하지는 않지만 현재에서 과거로 갔다가 어느 순간에 현재로 돌아오는 시간 전도의 기법을 잘 사용하고 있다(시간 전도는 물론 Lord Jim에서 그 정점에 이른다). 그리고 그의 작품은 앞으로 쭉쭉 뻗어나간다기보다는 마치 제자리에 정지해 있는 듯하면서 사건이 하나하나 차곡차곡 축적되는 그런 느낌을 주는데(Lord Jim을 읽어보면 Jim이 배에서 뛰어내리는 그 장면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계속 돌고 돈다) 이 작품에서도 그런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어떤 서평가는 이 작품의 진행이 너무 느리다라고 말하고 있다.
콘래드 작품에 대한 논란은 아체베의 ‘An Image of Africa’가 발표된 이후로 인종주의의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전개된 적이 있는데(특히 HD를 중심으로), 이 작품에서도 백인의 인종주의적 시각(savage라는 말로 대변되는)이, 특히 Al을 중심으로 부각된다. (그 반면에는 말레이인들의 백인에 대한 증오와 몰이해도 있다.
Let him slay the white men that come to us to trade, with prayers on their lips and loaded guns in their hands - 니나의 어머니. (253)
They were like silly women -- they did not know the use of reason. 197. Babalatchi)
거기다 유럽인이긴 하지만 한 번도 유럽에 가본 적이 없는 Al은 ‘일확천금을 얻어 유럽으로 가서 딸과 함께 떵떵거리고 살겠다’는 전형적인 식민지 백인의 제국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글이 논리적으로 정연하게 전개시키고 있지는 못한데, 주된 내용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작품에 콘래드 작품의 여러 맹아들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콘래드의 이 작품에 대한 서평들은 찬사와 비판으로 나뉘는데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속견들도 있어 보인다. 당시 서평가들은 알 수 없었지만 사실 이 작품은 프레드릭 칼이 지적하고 있다시피(86) 여러 면에서 “a much disguised autobiography”라고 할 수 있다. 부의 획득이라는 관념에 사로잡혀서 -- 실제로는 그것을 달성할 방편이나 힘도 없으면서 -- 인생을 허비하는 Al의 모습에서 독립 지사였지만 자신이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병들어서 죽고 마는 콘래드 자신의 아버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으며, 딸 Nina가 아버지를 떠나 말레이 인인 Dain과 결혼하게 되는 장면은 콘래드가 가망성이 없는 조국 폴란드를 떠나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는 것으로 치환시켜볼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쓰고 마는 것은 복잡한 상황을 단순하게 환원시키는 오류의 위험성이 다분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오류의 위험을 무릅쓰고 간단하게나마 지적해본다.)
이 작품이 지닌 힘과 함께 Dain과 Nina의 관계의 묘사에서는 지나친 낭만성이나 통속성이 두드러지고 그 점이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의 관계를 묘사하는 말이나 대화부분에서는 정말 클리세라고 해야 할 말들이 넘친다. (마지막 부분에 와서 콘래드는 힘이 빠진 것일까?)
그렇더라도 이 작품은 첫 작품, 그것도 외국어로 쓴 첫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작가적 역량을 보지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결론내릴 수 있을 것이다.
(콘래드는 자신의 작품의 소재를 자신의 직접적인 체험에서 따오는 경우가 많지만, 작품의 전개에 있어서는 자신의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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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좀 더 정리해서 쓰도록 하자. 특히 작품 자체를 좀 더 세부적으로 분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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