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이야기/고흐 시편83 과수원 -- 김원호 「果樹園」 / 金源浩 1 빈센트 반 고호의 을 아시는지요. 도깨비도 무서워할 고목뿐인 올리브 숲이었지요. 불타다 남은 자리보다 더 쓸쓸한 곳이었지요. 어쩌면 내가 이런 숲을 생각하는지 나 자신 올리브숲의 도깨비가 되고 싶은 모양입니다. 2 벌레먹은 가지를 하나씩 따 줄 때마다 나는 나 자신인 것을 잊어버리고 물익은 과일이 달린 과수원의 나무가 되고. 나도 가지에 벌레 먹은 과수원의 나무라고 생각합니다. 하니, 고목뿐인 이 숲이 도깨비보다 덜 무서워지는군요. 3 똑, 똑, 가지꺾는 소리뿐 이 과수원은 너무도 조용합니다. 혹시 이런 곳에서 몸에 배인 병이나 씻어버리며 도깨비가 될 때까지 살고 싶지는 않으십니까. 산골보다는 더 조용한 것이 얼마나 마음에 드는지. 4 잔잔하고 푸른 먼 이오니아바다처럼 쓸쓸한 여.. 2022. 3. 7. 빈센트 반 고호 씨에게 부치는 편지 5 -- 오태환 각구목으로 별빛을 두들기면? 사마리아인을 태운 착한 당나귀의 발굽에 밟히는 달빛이나 산그림자의 향기는? 물낯마다 회초리 자국을 내면? 그대의 부처님에서 혁명이나 담배연기를 빼면? 그대 향나무연필 냄새의 꿈에 그대의 임종을 나누거나 곱하면? 물과 바람의 즐거운 결혼 풍속은? 모기나 가재나 개소주 따위의 자음과 모음을 인수분해하면? 연탄냄새에다 그대의 백포도주를 뿌리면? 위 문항의 답안을 각각 빛깔로 치환하면? 각구목 : 각목 사투리 물낯 : 물의 표면 2022. 3. 7. 빈센트 반 고호 씨에게 부치는 편지 4 -- 오태환 그대 가슴에 박힌 탄환 한 알이 영영 별빛처럼 썩지 못하고 우리집 유리문에서 반짝이는군요. 2022. 3. 7. 빈센트 반 고호씨에게 부치는 편지 3 -- 오태환 저승에도 햇발이 비끼는지요 바람도 있고 보리밭도 있는지요 그대의 어리고 순결한 혁명을 눈여겨 보다가 문득 연필을 들었읍니다 그것은 거듭 쓰러져서 더 빛나 는 슬픈 힘살의 눈부신 파열이었읍니다 아무것도 아닌 그 단순하고 덧없는 패배의 빛깔이 왜 그렇게 장렬한 꿈의 무력으로 살아 꿈틀거리는지 나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보리밭도 까마귀도 보이지 않는 금곡리의 들판을 배경 삼아 그저 무심히 담배 연기나 날릴 따름입니다 2022. 3. 7.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