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이야기/고흐 시편83 빈센트 반 고호 씨에게 부치는 편지 2 -- 오태환 중앙박물관 돌해태를 타고 날다가 보충수업 시간 최 루가스에 두어번 재채기도 하고 때아닌 소나기에 무릎 이 젖어 우는 촉광 낮은 개꿈이나 꾸다가 분서갱유와 'ㅣ' 모음역행동화에 대해 강의하고 나서 을지로 입구 흑염소 뒷 발목에도 한번 채이고 부시게 번쩍이는 연탄 재와 쥐오줌 자국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절간 같은 가을 하늘에 상처도 내보고 그 상처가 너무 선명하고 아름다 와 다시 눈물 흘리며 꿈에서 깼다가 아침엔 다리 짧은 수리(水离)와 어울려 놀고 2022. 3. 6. 빈센트 반 고호 씨에게 부치는 편지 1 -- 오태환 오늘 나는 한 순간의 가슴 떨리는 패배를 위하여 그 대 물 밑처럼 순하고 찬란한 관능의 나라에 병신같이 어처구니없이 실종될 수밖에 없었읍니다 안녕히 계십 시오 2022. 3. 6. 김승희 -- 자기 십자가 지상의 불꽃이 사라지던 날에도 아직 우리에게 삶이 남아있다는 것은 이상하다. 사랑도 없고 연인도 없고 돈도 없는 검은 막장의 탄광빛 하늘 아래서도 아직 사람들은 감자를 먹고 무서운 결핵과 싸우면서라도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었다. 나에게도 나의 십자가가 있다. 탄광촌의 비참한 사람들에게도 생활의 십자가가 있듯이. 우리는 누구나 자기 십자가를 등에 지고 신을 증명하기 위한 아름다운 길을 찾으며 울고 있어야 한다 첫사랑이 죽었을 때 자비의 음악이 생겨나는 것처럼 지상의 불꽃이 사라졌을 때 난 등 위의 내 십자가의 의미를 알았다. 네 몸의 십자가를 땔감으로 하여 타올라야 한다고-- 그것만이 빈센트의 숙명이라고-- 2022. 3. 5. 김승희 -- 회오리풍의 눈동자로 시든 꽃 늙은 여인 검은 흑빵을 먹는 탄광촌의 사람들 막장 속의 검은 계단 미쳐버린 비참한 신 고통 고통 그리고 또 살아야 할 고통이 있었을 때 나의 눈동자는 있는 그대로의 삶을 보기를 거부했다 죽어 누운 바위 어느 비참한 사물의 누추한 진흙덩이 몸뚱이 속에서라도 태초의 광명 신이 감추어져 있다는 것을 믿고 싶었기에 나의 해바라기는 미쳐버린 레몬황색으로 이글거리고 나의 보리밭은 저주와 환희를 뒤바꾸는 펄럭임으로 하는 수없이 지상을 해체해야만 했다 미치광이 화가여 너는 왜 삶과 세상을 찢고 보는 것마다 폭풍화시키지 않으면 안되었을까. 그러면 나는 대답하리라 세상은 죽음과 가면으로 가득차 있어서 그 베일을 찢어버리는 순간이 아니면 신의 고운 빛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폭풍 속에만 진실한 고요가 있기 때.. 2022. 3. 5. 이전 1 ··· 12 13 14 15 16 17 18 ···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