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 기둥서방 빈센트
현재진행형은 울고 있다, 빈센트여, 너의 자화상 복사판은 한없이 잘게 분해된 프로방스의 태양빛을 담은 채로 언제나 나의 한심한 사생활을 내려다 보고 있지, 빈센트여, 부엌에 서 더러운 식기들을 닦으며 난 너를 언제나 올려다 보지, 우 리의 시선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은밀한 밀애처럼 슬프 게 몸을 던지고, 빈센트여, 난 너의 복사판 자화상을 벽에서 내려 난로불을 쬐듯이 나의 외로운 얼음손가락들을 활짝 펼 쳐 그위에 벌리네 깊은밤 연탄불을 갈려고 지하실 계단을 내려가면, 연탄광 문 뒤에서 불쑥 나타나 내 손을 잡는 것은 그대였지, 그렇군, 난 나의 숨은 연인을 만나러 벨기에의 무서운 탄광속 제일 위험한 지하갱 내로 내려간 것이었지, 누덕누덕 기운 옷은 지 하탄광의 성자에겐 가장 어울리는 광기의 의상, 그..
2022.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