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196 새끼 고양이 새끼 고양이 한 마리열어둔 현관문으로 숨어 들어와먹을 것 하나 없는 내 아파트로 들어와무심히 닫힌 문에 감금되어낯선이랑 하룻밤을 동숙하네집이 그리워 새끼 고양이밤새 애기 울음으로 내 꿈 어지럽혀도잠에 취한 나는 그 울음 목 졸라질식시켜 버리네목 졸린 울음 내 가슴에 몰래 내려앉아무거운 두 눈 무거운 두 발화장실로 허적허적 나아가는데새끼 고양이무거운 두 눈 화들짝 들어 올리네무거운 두 발 그 자리에 얼어붙네팽팽한 침묵의 한순간이 지나고너는 내게로 다가와 발을 내미네나도 불현듯 네 등을 쓰다듬네 길 잃은 새끼 고양이 한 마리 (19980602)(19980722)(20000618)(20040715)(20240919) 2024. 9. 19. 너의 집 지하철 아가리를 벗어나핫도그 아줌마를 지나고귤 트럭이 진을 친 곳에서살짝 왼쪽으로 꼬부라지면만화 가게 -- 누구에게나 빌려 드립니다다시 네 갈래 길에서식료품 가게를 표적으로 오른쪽으로 돌면대문 큰 집, 하나 둘열 걸음, 스무 걸음,왼편으로 보이는 좁다란 골목그 골목 왼쪽 첫 번째 집,너의 집 전등들은 지칠 줄도 모르고장독대엔 사이좋은 장독들 하나, 둘, 셋무서워, 담 위로 뾰족 보초 선 쇠창살 무서워침침한 가로등 켜진 전봇대에 기대면눈 감을 것도 없이 네 얼굴 나를 채우고하나 둘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훌라훌라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무슨 꽃을 찾겠니찾겠니찾겠 굳게 닫힌 초록 대문그 대문에 내 울음을 심는다반쯤 심다가 돌아선다더 굳게 입 다물고 돌아선다 .. 2024. 9. 19. 관천리에서 하나의 강이 그 생명을 다하고더 큰 강으로 흘러드는 곳,웬일인지 강물은 호수보다 잔잔하고가을 햇살 또한 차가운 듯 따사합니다노랗게 붉게 물든 산이 눈을 즐겁게 하고어디선가 들려오는 까마귀 소리강 건너 아득한 개 짖는 소리마저정겹게 들립니다햇살이 물 위에 어룽져무수한 은빛 비늘을 뒤척이고사람 소리 차 소리 숨죽인하염없이 평온한 이 광경을바라보기만 해도 완성되는 한 편의 산수화를하루 왼종일잡생각 떨쳐버리고마냥 들이킬 수 있을 듯합니다달랠 수 없는 핏빛 눈물 하나깊어가는 가을 투명함 속에 풀어버리고 * 관천리는 북한강과 홍천강이 만나는 곳에 있는 마을이다. (20141110) .. 2024. 9. 18. 인지증 추석을 맞이하여 고등학교 동창 넷이 모였다육십이 내일이라모두 머리가 허였다모두 아버지는 돌아가시고어머니는 치매에 걸렸다나이 들면 모두 걸리는 병인데치매라는 말은 치매스럽다나라에서도 바꿀 계획이라는데나부터라도 이웃나라에서 쓰고 있는인지증이라고 일단 고쳐본다 2024. 9. 13.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4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