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196 상황 아내가 저만치 서있다. 눈에 넣고 싶을 정도로 어여쁜, 내 생명보다 소중한 아내. 아, 그런데 그녀가 이 거대한 댐의 수문을 열어젖히려 한다. 도무지 까닭을 알 수가 없다. 은전처럼 맑던 그녀의 정신에 갑자기 이끼라도 낀 것일까? 들어올려진 아내의 손이 버튼에 닿는 순간 수백 수천 수만 사람이 졸지에 물귀신이 되리라. 시간이 없다. 아내의 손가락은 깃털보다 가볍고 내 몸은 너무도 멀다. 사랑하는 아내여, 그대를 위해, 아니 나 자신을 위해, 나 이 총을 버려야만 하는가? 내 이웃 또 모르는 많은 사람을 위해 그대의 심장을 겨누어야만 하는가? (87년 6월, 95년 11월) 2024. 9. 10. 전화의 발명 문득 고노무세키에 사는그 세키가 보고파행장을 꾸려 먼 길을 왔더니무슨 바람이 불었는지그 세키도 이 세키가 그리웠는지시발노무세키로 떠났다고 2024. 9. 9. 탁구의 길 14 -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마부위침 일념으로일신우일신 탁구를 연마하여먼저 홈 구장을 가볍게 평정하고전국 각지를 유수하며탁구 도장들을 하나하나 격파한 다음드디어 해외로 진출새도 감히 오르지 못한다는만리장성마저 넘어 군계일학으로우뚝 2024. 9. 9. 흰둥이 먹이고 재우고목욕재계시키고털도 깎아주고깎은 털이 추울까옷까지 입혀주고걸으면 흙 묻을까유모차에 태워 유람까지 시켜주고개팔자가 상팔자란 말이런 날을 일찌감치 예견했던 것일까주인 위의 상주인그 이름은 반려견이라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어주인이 변심을 하면대박이 쪽박으로깨어진 밥그릇 하나 물고 사람들 발길질 피해쓰레기통 뒤적이고길냥이용 음식을 낚아채다자칫 유기견 보호소로 끌려가안락사하기 십상이라 중장비 보관소에 사는 흰둥인집도 있고 하루에 한 번씩은 밥그릇에 사료도 담아두지만목욕은 구경도 못해땟국물이 줄줄줄그래도 목줄은 없어잔돌 깔린 좁너른 마당을 연하 남편 누렁이와 뛰놀고마당으로 들어온 비둘기 쫓아다니다가끔씩은 문틈으로 빠져나가마실을 나서기도 했다 부족한 대로부족한 줄도 모르던 흰둥이어느 날누렁이 많이 아파 멍.. 2024. 9. 9.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4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