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196 I can't go on, I will go on 이번 여름은 진짜 우라지게 덥군,천재 과학자의 예측이 아니더라도고장난 에어컨 밑에서 잠을 못 이루면인류의 종말이 저절로 눈 앞에 어른거리지지난 봄에는 또 무던히도 아팠지달아난 잠은 수면제에도 잡히지 않고출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실수를머리가 다시 솟아나기를 바라는 대머리의 간절함으로돌이키고 싶었지 언제나 울음은 어디에도 가닿지 못하고타인의 울음에 귀를 막고 살아 왔듯나의 울음마저 웃어젖힐 수 있다면주머니에 돌멩이를 채우고강으로 걸어들어간 울프와 같은 강단도 지니지 못했으니기억할 수도 없고 지울 수도 없는 생의 한 순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24. 9. 7. 탁구의 길 13 - 아이고, YG 애초에 이 서브는 이름부터 나랑 맞지 않아Young Generation이십 년도 더 전언감생심선수들이 하는 걸 보고 흉내를 내기 시작했으나그때도 이미 젊은 세대라고는 할 수 없는 중년이었으니재주도 없는 자가선수들마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고급 기술로 뛰어들었다가빼도 박도 못하는구나빼자니 이십 년의 시간이 아깝고박자니 아무리 두드려도 박히지가 않는구나커트량이 어느 정도는 되어야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되려 2구부터 두들겨 맞기 십상이라나이와 함께 굽어버린 다리가 펴지지 않듯이나이와 함께 굽어버린 손목 또한 돌아가지 않아아무리 용을 써도 제자리인 것을쌔가리 눈곱만큼의 진전을 바라 홀로 탁구대와 씨름해야 하는가간절함이 극점에 달해도가 닿을 수 없는 별이 있듯이극점을 넘은 간절함은 우울만 불러오고될 수 없어, 라.. 2024. 9. 5. 바퀴벌레 이상 기후로아열대가 되어 버린 한반도바퀴벌레 또한 아열대로 진화하여좀 뻥을 치자면내 머리통만해졌다인기척에 놀라 서랍장 아래로 숨어드는 놈보다내 심장은 더욱 벌렁거리고,놀란 가슴을 뒤로 하자내 아비를 죽인 원수라도 되는 양솟구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어밀대로 이리저리 쑤신다피하다 못한 바퀴벌레는 다시 내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나는 재빨리 밀대 끝에 달린 넙적한 부분으로젖먹던 힘까지 동원하여강력하게 압사한다한 번,두 번,세 번,응용 총검술 자세길다란 한 쌍의 더듬이털 달린 여섯 개의 다리단단한 껍질피도 흘리지 않고 죽은 저 놈은인간과는 무관한 종족이다보이는 즉시 사살하는 것이 원칙이다한 놈의 바퀴 뒤엔 보이지 않는 수 만 마리의 바퀴어떤 미친 놈처럼깨물어 씹을 필요까지야 없겠지만식량난에 부딪혀양갱으로 만들.. 2024. 9. 5. 영화에의 초대 3 -- 큐브 의식이 불을 켜고 몇 번의 깜박임으로 눈이 초점을 잡는다. 청회색 죄수복을 입은, 백호 머리의, 비쩍 마른 사내가 서서히 몸을 일으킨다. 그가 있는 공간은 정육면체이다. 은회빛의 여섯 면은 각각 가로 세로 1.5미터가량의 아홉 개의 정육각형으로 되어 있고, 정육각형 안에는 또다시 각각 네 개의 정육각형, 이 작은 정육각형에는 컴퓨터 기판을 연상시키는 선과 도형이 그려져 있다. 각 면에 있는 아홉 개의 정육각형 중 중앙에 있는 것만은 강철로 된 해치이다. 이 해치에도 네 개의 작은 정사각형이 있는데, 선과 도형은 없다. 사내가 자신의 정면에 있는 손잡이를 왼쪽으로 한 바퀴 돌리자 해치가 덜컥하고 열린다. 해치는 옆방으로 이어지는 통로이다. 사내는 해치 옆의 사다리 같은 막대들을 딛고 올라서서 옆방을 들여다.. 2024. 9. 3. 이전 1 ··· 12 13 14 15 16 17 18 ··· 4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