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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196

재인폭포에서 -- 재인의 최후 재인폭포에서 --재인의 최후 이런, 이렇게 가는 구나 이것이 진정 끝이 구나 줄 위에 올라선 광대는 추락을 한시도 마음에서 떼어놓지 못하고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정신을 하나로 모으지만 또 언젠가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으리라는 것 또한 간다, 간다, 나는 간다 그 누구도 돌아오지 않는 못하는 알 수 없는 그곳 모두 잘 있거라 줄기차게 떨어져 내리는(추락을 내딛는) 저 폭포처럼 이 추락을(나를) 막아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없는가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아무것도 하려할 필요도 없다는 것 그냥 추락 자체에 온 몸을 내 맡기기만 하면 된다는 것 내가 추락 자체가 된다는 것 부인아, 간다, 간다, 나는 간다 허공을 뚫고 나는, 이 시팔, 찢으며 나는 간다 2024. 11. 19.
번지점프 죽고 싶다고그냥 막 죽을 순 없는 노릇이라죽음의 뒷그림자나 보려번지점프에 도전했지요두려움이 한계치를 넘어선 걸까요직원의 안내에 따라 장비를 착용하고엘리베이터는 한없이 올라가고 마침내 점프 지점에 섰을 때에도마음은 오히려 평소보다 평온했어요뒷그림자이나마 죽음과 대면한다는 기대에약간의 흥분감마저 있었지요카운트가 채 끝나기도 전에머리부터 바닥을 향하고바닥과 충돌하여 납작만두가 되기 전의 그 무한히 짧은 순간 내 모든 몸부림은 무소용날개가 있든 없든 추락은 불가역한 개 돌멩이와 마찬가지의 무능함이 모든 것이 뼛속에 새겨질 때희안하게도 난 진정한 자유고개 들어 주위를 살펴볼 여유그리고 죽어버린 죽음         20140523?       번지 점프를 했어요. 무서웠지요. 아무리 안 무서운 척 해도. 뭐, 죽기.. 2024. 11. 18.
저수지 썰 경상북도 상주시 함창읍의 대조지와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의 대보지는 베필을 찾지 못하여 홀로 시들어 가고 있다가 이를 불쌍히 여긴 삼신할미의 도움으로 천신만고 끝에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도다 초야를 맞이하여 굶주린 두 남녀가 운우지정을 나누는데 성난 호랑이가 포효를 하는 듯 거센 폭포가 바위를 뚫는 듯 이윽고 천지사방 밤꽃 냄새가 흥건하도다 경상북도 구미시 선산읍에 있는 동명의 대조지가 뒤늦게 이 소식을 듣고 울고 울고 또 울어 인근 동네가 모두 물바다가 되었단 말도 들려온다 2024. 11. 17.
칼의 도 칼은 날이 잘 서 있어야 한다는 건유치원생도 아는 상식물론 과일을 깎는 데까지 시퍼런 비수가 필요 치야 않겠지만적의 목을 일도양단하려면날을 벼리고 또 벼려야 한다 칼날을 세운다고 눈까지 달리진 않아자칫 실수로 무관한 사람더 나아가 가족이나 친구심지어 자기 자신마저 벨 수 있다 날 선 칼은 험한 세상의 든든한 방패이나칼을 다루는 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면그냥 미친 흉기가 될 수도 있는 노릇 칼의 도는 천기누설급 비서로서너 살배기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검지법부터 삽화를 넣어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2024. 1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