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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196

시인 박사 학위 못 받은 걸 위로하느라 친구들은 나를 애써 박사라 부르더니 요즈음엔 시 몇 편 썼다고 농이라도 치는 건지 시인이라 부른다 신춘문예에 응모한 적도 없고 문예지에 시 한 편 실은 적도 없건만 시인이란 호칭에 가슴이 훈훈하다 호칭이 사람을 만들기라도 하는가 점점 더 시인이 되어가는 듯하다 2024. 10. 22.
가볍게 가볍게 바람 가득 넣어 통통 튀는 테니스 공처럼가볍게 가볍게 바닥으로 바닥으로 자꾸만 가라앉는 불면의 밤은 싫어 위기의 순간물 위를 겁나 빠르게 달리는 어떤 도마뱀처럼가볍게 가볍게 중력을 벗어나지구 밖으로 날아가는 그런 풍선처럼가볍게 가볍게 2024. 10. 18.
AI 씨가 나보다 시를 더 잘 쓴다고 그래서 뭐? 나보다 시를 잘 쓰는 연놈들이 천지 삐까리인데하나 더 늘었다고내 시가 빛 바라나? 2024. 10. 16.
재인폭포에서 어둠과 안개를 뚫고또 다시 네 앞에 섰다어느덧 노년을 바라보는 나이건만마치지 못한 숙제가 한둘이 아니다 협곡을 집어 삼킬 듯뜨거웠던 여름을 뒤로 하고한층 차분해진 목소리로 허공을 가르며 떨어져 내린다 네가 건네는 말을 들으려귀를 세워 보지만     넌 나에게 말을 건네고 있는데 하지만 귀가 어두운 것인가너처럼 벼랑 끝에 날 세워야 하는가차분히 건네는 너의 말을 도무지 알아듣지 못한다 어느덧 노년을 바라보는 나이에도금시라도 누구를 베어버릴 듯시퍼렇게 날이 서 있는 내 정신의 칼날 2024.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