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 및 감상/김광규91 유종호 - 시와 의식화 : 김광규의 시세계. "반달곰에게". 민음사. 1981. 평문. -- 김광규의 시가 '일상생활의 제상'을 제시하는 가운데, 우리를 왜소화시키는 비인간적인 힘을 부각함으로써, 사회시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글. 작품들에 대한 세부 분석이 돋보인다. - 발췌 18) 흔히 소설의 전문영역이라고 지목되어 온 평범한 일상생활의 제상이 김광규의 시세계에서처럼 남김없이 포착되어 있는 경우는 드물다. 26) 생활세계의 전체적 구조와 그 구조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간 왜소화 및 자아상실의 과정을 세세한 결로 다루고 있는 김광규의 시세계가 꾸준히 상기시키고 있는 것은 우리의 생활이 필경엔 비개인적인 어떤 힘에 의해서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30) 우리는 앞에서 김광규 시가 다루고 있는 자기상실과 왜소화과정에 되풀이 주목한 바 있다. 그것은 한심스러운 것으로.. 2024. 2. 2. 김광규 - 묘비명 묘비명 김광규 한 줄의 시는 커녕 단 한 권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 그는 한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많은 돈을 벌었고 높은 자리에 올라 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 그리고 어는 유명한 문인이 그를 기리는 묘비명을 여기에 썼다 비록 이 세상이 잿더미가 된다 해도 불의 뜨거움 굳굳이 견디며 이 묘비는 살아남아 귀중한 사료가 될 것이니 역사는 도대체 무엇을 기록하며 시인은 어디에 무덤을 남길 것이냐 김광규.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문지. 1979. 34. ----- 물질주의적 사회에 대한 강렬한 비판? 2024. 2. 2. 김광규 - 영산(靈山) 영산 김광규 내 어렸을 적 고향에는 신비로운 산이 하나 있었다. 아무도 올라가 본 적이 없는 영산이었다. 영산은 낮에 보이지 않았다. 산허리까지 잠긴 짙은 안개와 그 위를 덮은 구름으로 하여영산은 어렴풋이 그 있는 곳만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영산은 밤에도 잘 보이지 않았다.구름 없이 맑은 밤하늘 달빛 속에 또는 별빛 속에 거무스레그 모습을 나타내는 수도 있지만 그 모양이 어떠하며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내 마음을 떠나지 않는 영산이 불현듯 보고 싶어 고속버스를타고 고향에 내려갔더니 이상하게도 영산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이미 낯설은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 보니 그런 산은 이곳에 없다고 한다. 김광규.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2024. 2. 2. 김광규 - 시론 여름 한낮 땡볕 아래 텅 빈 광장을 무료하게 지나가다 문득 멈춰서는 한 마리 개의 귓전에 들려오는 또는 포도밭 언덕에 즐비한 시멘트 십자가를 타고 빛과 물로 싱그럽게 열리는 소리를 바닷속에 남기고 물고기들은 시체가 되어 어시장에서 말 없이 우리를 바라본다 저 많은 물고기의 무연한 이름들 우리가 잠시 빌어쓰는 이름이 아니라 약속이 아니라 한 마리 참새의 지저귐도 적을 수 없는 언제나 벗어 던져 구겨진 언어는 불충족한 소리의 옷 받침을 주렁주렁 단 모국어들이 쓰기도 전에 닳아빠져도 언어와 더불어 사는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고 슬퍼하지 않고 아무런 축복도 기다리지 않고 다만 말하여질 수 없는 소리를 따라 바람의 자취를 쫓아 헛된 절망을 되풀이한다 김광규.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문지. 1979. 13. .. 2024. 2. 1.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