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 및 감상/김광규91 김광규 - [시간의 부드러운 손]. 문학과지성사. 2007(2008) -후감읽고 나서 시간이 좀 지나 시편들의 세부적인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김광규 다운 명징성과 일상성은 그대로 인데,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시대의 변화, 자연과 인간의 관계 등을 다룬 시편들이 많다는 것에 주목할 만하다. 우찬제 - '가을 거울'의 진실, 혹은 세월의 미학132) 실재에 도달할 수 없는 욕망이기에 대단히 탄력적이고 또 끊임없이 형성적인 도정의 상상력과 스타일을 길어 올리는 데 유효한 기제가 된다.133) 시적 자아와 대상과 언어가 카오스처럼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나름의 의미 있는 메시지나 다의적 시적 담론이 창출될 수 있기를 소망했던 것으로 보인다. 135) 열린 감각으로 일상적 실존의 내력을 자유로운 리듬에 실어 '중얼중얼'거렸다는 점, 하여 일상시라는 한국시사의 큰 광.. 2023. 9. 12. 김광규 - 생사(生死) 방독면 쓴 방역요원들이 계사(鷄舍)에 사정없이 분무기로 소독약을 뿜어대고 닭과 오리 수천 마리를 비닐팩에 감아 넣어 한꺼번에 살(살) 처분한다 조류독감 때문이다 출입통제선 바깥의 냇가에는 어디서 날아왔나 청둥오리들 한가롭게 무자맥질하며 놀고 백로 몇 마리 한 발로 서서 명상에 잠겨 있고 "시간의 부드러운 손". 문학과지성사. 2007(2008). -중간에 놓인 '출입통제선'을 기준으로 죽음과 삶이 나뉘고 있다는 점에 눈이 간다. 2023. 9. 12. 김광규 - 춘추(春秋) 창밖에서 산수유 꽃 피는 소리 한 줄 쓴 다음 들린다고 할까 말까 망설이며 병술년 봄을 보냈다 힐끗 들여다본 아내는 허튼소리 말라는 눈치였다 물난리에 온 나라 시달리고 한 달 가까이 열대야 지새며 기나긴 여름 보내고 어느새 가을이 깊어갈 무렵 겨우 한 줄 더 보탰다 뒤뜰에서 후박나무 잎 지는 소리 "시간의 부드러운 손". 문학과지성사. 2007(2008). - 봄에서 가을이라는 시간에 걸쳐 시 한 편을 쓰는데, 흥미롭게도 중간에 시 쓰기의 어려움과 삶의 어려움도 같이 들어 있다. 2023. 9. 12. 김광규 - 안개의 나라 언제나 안개가 깊은 안개의 나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안개 때문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므로 안개 속에 사노라면 안개에 익숙해져 아무 것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안개의 나라에서는 그러므로 보려고 하지 말고 들어야 한다 듣지 않으면 살 수 없으므로 귀는 자꾸 커진다 하얀 안개의 귀를 가진 토끼 같은 사람들이 안개의 나라에 산다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문학과지성사. 1979(1989). - 정상적이지 않은 나라에 살게 되어 청각이 시각을 대신하는 부자연스러운 상황을 흥미롭게 표현. 우리나라의 답답한 당시 현실에 대한 알레고리. 청각이 시각을 대신하는 상황을 절묘하게 표현했다. 2023. 9. 12.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