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 및 감상/김광규91 김광규 - 청설모 한 마리 청설모 한 마리 김광규 청설모 두 마리고은산에 살았다우람한 소나무 줄기 타고 올라가앞발로 솔방울 맴맴 돌리며갉아 먹고 산자락 마을에 내려와음식물 쓰레기도 주워 먹었다통통하게 살이 오른 한 놈은 이 나뭇가지에서 저 나뭇가지로 옮겨뛰다가 떨어져살쾡이에게 잡아먹힌 듯수놈일까 암놈일까청설모 한 마리 살아남은 것산책 길에 보았다의주로와 모래내길과 연희로 사이에고층 아파트로 둘러싸여비좁은 삼각주처럼 남아 있는 산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는도심의 작은 산에 갇혀서청설모 한 마리외롭게 산다 김광규. [하루 또 하루]. 문지. 2011. 22-23. - 이 청설모와 우리 인간의 삶은 얼마나 다른 걸까? 짝(꼭 배우자는 아니더라도)을 잃은 채 홀로 외롭게 지내는 청설모의 모습.. 2024. 9. 1. 김광규. [처음 만나던 때]. 문지. 2003. - 큰 변화 없이 일상속에서의 성찰을 주조로 한 시편들이 이 시집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시어들은 더욱 평이하고 명료하며, 산문과 차이가 없는 산문시들도 여럿 보인다. 자연과 사회, 과거와 현재가 이분법적으로 혹은 도식적으로 제시되고 있다는 느낌은 한 번 진중하게 생각해 볼 문제이다. *박철화 - '처음'으로의 회귀 122) 쉽고 투명한 시어, 일상어에 가까운 리듬, 때때로 그 리듬마저 감추는 산문시 등은 김광규에게 와서 보다 분명한 모습을 갖게 되었다. 136) 자연이 아름답고 조용한 승이를 거두듯이, "시나무"의 주인이 될 시인이란 자신의 깨달음에 대한 오만한 확식보다는, 계속해서 그 깨달음에 대해 겸손하게 묻는 사람일 것이다. 2024. 8. 30. 김광규 - 조심스럽게 조심스럽게 김광규 조심스럽게 물어보아도 될까. . . .역사 앞에서 한 점 부끄러움도 없다고주먹을 부르쥐고 외치는 사람이누구 앞에서 눈물 한번 흘린 적 없이씩씩하고 튼튼한 사람이 하필이면왜 시를 쓰려고 하는지. . . .아무런 부끄러움도 마음속에 간직하지 못한 채언제 어디서나 마냥 떳떳하기만 한 사람이과연 시를 쓸 수 있을지. . . .물어보아도 괜찮을까. . . . 김광규. [처음 만나던 때]. 문지. 2003. 80. - 시란 큰 목소리를 경계하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는 '조심스럽게.' 2024. 8. 30. 김광규 - 하루 또 하루 하루 또 하루 김광규 느닷없이 암 진단이 떨어진 날부터우리의 건강한 동료 이선생이유기수가 되었습니다육개월 남짓기한만 채우면출옥합니다갑갑한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지요뒤에 남은 무기수들조만간 출옥할 가망도 없이 우리는계속 복역합니다억지로 견디는 것이지요버드나무 붙들고 울던 사람들불쌍하게 되새기면서헛된 희망의 세월오히려 다행스럽게 여기면서 우리는하루 또 하루 습관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광규. [처음 만나던 때]. 문지. 2003. 103. - 죽음을 출옥하는 것으로 보는 역발상이, 후반부의 죽음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 뒤섞이며 시 이해에 약간 혼란을 불러온다. '헛된 희망의 세월'은 무슨 뜻일까? 2024. 8. 30. 이전 1 ··· 3 4 5 6 7 8 9 ··· 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