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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문예창작반(문창반)31

비 -- 오규희 네 문을 닫지마 풀리지 않아도 용해되는 굳게 걸린 빗장 깊이 묻어두어도 어둡게 스며드는 외면하고픈 사실 문을 닫지마 외로움은 날고 싶어한다 그 열린 틈으로 [내재율 1호](1985) 2022. 3. 8.
일기 -- 장박원 얼룩진 시간의 파상선상 적막한 멈춤 속에 별을 심는다. 오고 가는 무심한 인삿말과 뜻없는 미속 속에 묻힌 '오늘'이란 숨가쁜 삶이 사라진 협착한 골짝. 특별히 사랑할 만한 사람만을 사랑했다는 죄목 빼고는 아쉬움은 없었으리라 '오늘도'라고 나는 적는다. 쾌활과 기쁨과 격려의 대화 속에 숨겨진 고독과 슬픔과 안타까움의 파상선상에 서서 [내재율 1호](1985) 2022. 3. 8.
[내재율 1호] 간행시 -- 내재율, 그 창간을 즈음하여 -- 오형엽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우리의 말들이 어김없이 부서져 사각이는 소리를 낼 때, 그래도 아픔은 노래하여야 이겨낼 수 있다고 텅빈 가슴들이 들판을 가로질러 간다. 태양의 파편을 맞은 새들이 숲으로 깃드는 저녁 어스름 무렵 문득 고개돌리면 비가 내리고,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젖는 잔디에서 되살아나던 어머니의 젖냄새. 하염없이 고개숙여 입맞추고 입맞추는 너와 나는 모두 한자리에 모여 강물 하나 열어놓고 다시 걷기로 했다. 2022. 3. 8.
[내재율 1호] 발간사 -- 이영광 문학이 삶에 대한 적극적 체험에서 비롯되고 또한 그 삶에 더욱 커다란 자유를 부여함을 믿는다. 갈래를 규정하지 않는 폭넓은 시각의 정비가 필요한 만큼 우리는 문학이 관여할 수 있는 모든 범주의 체험에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자유는 외부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간접적인 의미의 것이 아니라 가장 확실한 실체인 자신의 내부에서 파악, 발전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부단한 창작을 통하여 이러한 노력이 자기화될 때 우리는 삶에 부쳐, 어설픈 건조체의 수식이 아닌, 심장부를 스치는 마음의 소리들을 토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더욱 절망해야 한다. 절망이 삭고 삭아 몇 조각의 뼈만 남았을 때 그 뼈를 맞추어 인간의 모습을 만들고 세상의 목소리를 빚어내야 한다. 무의미한 자기방어와 기성시의 기술적 모방이 아니라, .. 2022. 3.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