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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실리아 - 얼음 호수 얼음 호수                   손세실리아 제 몸의 구멍이란 구멍 차례로 틀어막고생각까지도 죄다 걸어 닫더니만 결국자신을 송두리째 염해버린 호수를 본다일점 흔들림 없다 요지부동이다살아온 날들 돌아보니 온통 소요다중간중간 위태롭기도 했다여기 이르는 동안 단 한번이라도세상으로부터 나를완벽히 봉해 본 적 있던가한 사나흘 죽어본 적 있던가없다, 아무래도 엄살이 심했다 손세실리아. [기차를 놓치다]. 애지. 2006.  - 얼어붙은 호수를 소재로 한 시 중 내가 아는 것은 나희덕의 '천장호에서'라는 짧은 시가 있다. 그 시가  죽음 혹은 부재의 극한 상황을 말하고 있다면, 손세실리아의 이 시는 내적 강인함을 추구하고 있다. 깜빡했는데, 이영광의 '고복 저수지'라는 시도 있다. 그 시가 기억에서 떠오르지.. 2024. 11. 10.
탁구의 길 18 -- 탁우회 55주년, 탁구사랑회 35주년을 기념하며 초등학교 5학년삼촌의 손에 이끌려 간 탁구장에서연필을 쥐듯처음으로 라켓을 잡았을 때탁구가 운명의 짝이 될 줄은꿈에서도 미처 짐작하지 못했지 1991년 겨울후배이자 선배인 탁사 멤버가 내민 손을 덥석 잡고 만 순간탁사와의 인연의 끈이 고래 힘줄보다 길게 이어질 줄취중에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 갓난아기라 미력하기 짝이 없던 탁사타대학 동아리의 좋은 먹잇감이었으나우량아로 초고속 성장하여안암골에 우승기를 휘날리고전설로만 남아 있던 탁우회 선배님들과도기적처럼 기어코 조우했지 일 년을 하루같이 정진 또 정진한 해 두 해 전통을 쌓아가니탁사의 포효 한 번이면모든 대학이 사시나무 떨 듯 떠는구나 마침내 탁우회 55주년탁구사랑회 35주년을 맞이하니안암골이 기뻐 환호하고개운산도 빙그레 미소로 화답하네 이 세상 하직한 뒤옥.. 2024. 11. 8.
가을 산책 볕 좋은 가을 아침은빛 비늘 반짝이며소리 죽여 흐르는 강그 옆으로 난 길을 걸어간다가족도, 친구도, 애인도 내려놓고세상만사 걱정 근심 벗어버리고새소리 풀벌레소리 동무하며이 투명한 고요 속을 하염없이걸을 수 있을 듯하다바짓단과 신발을 함초롬 적시면서걷다가 걷다가 한 줌 흙으로흘러내려도 좋으리라 2024. 11. 8.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우동 한 그릇에 반찬은 단무지소박한 6천 원짜리 이른 아침이지만맛있게 뜨끈하게 비워낸다거기에 아메리카노 한 잔4천 원이 좀 과하다 싶긴 해도그런 여유가 나쁘지 않다 서서히 사위가 밝아 온다오늘 하루도 힘차게 헤쳐나갈 듯하다 2024.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