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내지[경북 청도군 각북면 금천리]
여정: 송내지 - 용해지 - 금천지 - 남해지 - 고산지 - 지슬지 - 영전지 - 상형지 - 병해지
어머니가 갑자기 편찮으셔서 걱정이 좀 되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좀 괜찮아졌다. 동생이 잠시 어머니를 돌보는 동안 나는 바람을 쐬러 나갔다 오기로 했고, 그 목적지는 친구에게 들은 지슬지였다(이성복의 시에도 등장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이 배가 되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지슬지는 거의 마지막이 되어서야 찾을 수 있었다. 시에 나오는 대로 가창호 옆길을 지나 헐티재를 넘다가 헐티재 정상에서 좌회전하여 902번 지방도로 대신에 송내길을 탔다. 지난번에 보니까 공사 중이라 출입금지였는데, 오늘은 지날 수 있었다. [성모 솔숲 마을] 양옆으로 소류지가 두 개 있어서 거기를 먼저 찾기로 했다. 먼저 오른쪽에 있는 송내지를 첫 번째 목적지로 삼았는데, 들어가는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성모 솔숲 마을]로 들어간다는 것이 그 위로 들어가자 이내 길이 끊기고 좀 걸어 올라가다가 아닌 듯해 돌아 나왔다(아주머니가 "차가 왜 들어오지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다음 [예다 숲]으로 해서 가려고 했는데 내비 표시와는 달리 바깥길과 연결이 되어 있지 않았다. 아래로 내려갔다가 좌회전해서 올라가는데 길이 두 갈래가 졌고, 나는 오른쪽 길을 택했는데, 운이 좋게도 송내지 옆 무덤으로 이어졌다. 무덤을 만들면서 길을 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다음은 왼쪽 편에 있는 용해 지를 찾아갔는데, 여기도 내비에는 길이 뜨지 않았다. 일단 가장 가까운 길을 택해서 들어가자 입구에 "길 없음"이라는 표지판이 있었고, 내비가 목적지라고 가리키는 곳에는 길이 없어서 쭉 나아가자 [에덴동산]이라는 곳이 나왔다. 거기에서 저수지로 이어질 만한 길을 찾아보았지만 저수지로 가는 길은 어디에도 없었다. 돌아 나오면서 다시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무덤 옆에 널따란 길이 있어서 그 길로 올라가자 곧 저수지가 나왔다. 낚시를 하는 사람이 있어서, 내가 "고기가 많이 잡히나요?"라고 묻자, "처음 왔어요"라는 답이 들려왔다.
송내길을 타고 계속 내려오자 금천지라는 제법 큰 저수지가 눈에 들어왔다(어제 집에서 살펴보니 지슬지 옆 마을에 지슬지만한 저수지가 있어서 거기도 찾아가 봐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오른쪽이 짧은 V자 형 저수지로 물이 맑아서 무엇보다 좋았다. 제방을 건너자 산으로 이어지는 숲길도 이어졌는데 좀 걷다가 나왔다. 제방 왼쪽에는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있어서 좀 달려가 보니 이내 비포장인 데다가 비로 인해 웅덩이도 있고 해서 제방까지 후진해서 나왔다. 이제는 지슬지로 향하자고 했는데 우측에 저수지 두 개가 또 눈에 들어왔다. 902번 지방도에서도 가까워 돌아가는 길에 찾을까 했는데, 손에 잡힐 듯이 가까워 그냥 찾아보았다. 남해지와 고산지. 이 두 저수지에는 모두 연잎과 물풀들이 가득 떠있었고, 남해지 옆에는 전원주택이 몇 채 예쁘게 자리하고 있었다.
지슬지는 무엇보다도 물이 맑고 주변 풍광이 깨끗해서 좋았다(이성복의 싯구절엔 "비린내 하나 없던 물결"이라는 말이 나온다). 만수면적은 10헥타르 정도로 수성못의 반 정도이다(그보다는 커 보이는데 수치상으로 그렇다). 흥미로웠던 사실은 세 사람 정도가 일인용 구명보트? 같은 것을 타고 낚시를 하고 있는 풍경이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 지슬지가 금천지보다 조금 크고, 두 저수지는 모두 1990년대에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축조된 그리 오래되지 않은 저수지이다. 저수지 위쪽 통점골로 올라가니 저수지가 눈에 들어와 거기서도 사진을 두어 장 찍었다.
동생이 다섯 시까지 돌아오라고 했는데, 이 때가 3시 50분이어서 마을 입구에 있는 병해지에 들렀다가 돌아가면 얼추 시간이 맞을 듯했다. 하지만 내비에서 소류지들이 계속 떴다. 좀 늦더라도 놓친 소류지 때문에 다시 이곳을 찾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영전지를 먼저 찾았다(지도를 보니 오덕지는 빼먹었다.) 찔레나무 등을 헤치며 이곳으로 들어가는 것이 만만치 않았고 뱀에 대한 두려움도 떠나지 않았다. 서둘러 사진을 찍고 나오는데, 무명지가 하나 또 나에게 유혹의 손짓을 하고 있었다. 이 마을에 들어설 때부터 경운기가 길을 막고 내 급한 마음에 초를 치고 있었는데, 이 무명지로 가는 길에 아마도 앞의 그 경운기가 또 나오면서 길을 막고 있었다. 우회해서 다른 길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과수원과 덤불을 지나 가까스로 도착하고 보니 이 저수지는 메워지고 없었다(카카오맵에 전화를 해서 알려야 하나?). 상형지와 마지막으로 병해지를 찾은 다음, 902번 지방도로를 타고 대구로 회향. 앞차가 초보분인지 느린 속도로 차를 운행해 많이 답답했다(이 도로는 추월하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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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벙 수준의 소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