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울산, 창원, 통영, 그리고 거제 2박 3일 간의 나들이(210622-24)[첫째 날]
2박 3일간의 나들이에서 돌아왔다. 참으로 많이 돌아다니고, 사진도 많이 찍은 여행이었다. 동생이 내려와서 엄마를 돌보는 일에서 좀 해방이 되어서 여기저기 저수지를 찾기도 하면서 길 위를 끊임없이 떠돈 여행이었다. 여행이 주는 행복감이 내 모든 좌절과 실패를 상쇄할 수 있다는 생각과, 잠자리가 바뀌고 기분의 고양으로 인한 수면 부족, 그에 따른 피로감과 불쾌감이 교차한 시간이었다. 글쓰기가 실패하는 경우, 너무 세세하게 다루려는 태도 때문에 스스로 질려버린 그런 면이 없지 않으므로 간략하게 적다가 좀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자세히 적도록 해야겠다.
(210622) 각북면: 오산지 - 봉황지 - 봉두지 - 오덕지 - 생금지 - 덕촌지 - 벽수지 - 삼평지 - 우산지 - 딱재못 - 명대지 - 나북지 - 중곡지 - 강당지 - 죽림지 - 칠엽지 - 송전지 - 대동지
아침 식사를 하고 나면 시간이 너무 늦어질 것 같아서 8시 쯤에 나는 집을 나섰다. 엄마가 자고 있어서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그냥 나섰다. 첫 번째 행선지는 청도 각북면의 봉황지라는 소류지였다. 지난번 지슬지를 중심으로 한 각북면 저수지 탐방을 나갔을 때 다음 탐방지로 생각했던 곳인데, 울산으로 가서 대암호 등 큰 호수를 보기 전에 몸풀기 겸해서 각북면의 저수지들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날은 첫 단추부터 끼우기가 쉽지 않았다. 봉황지로 가는 길은 내비에 나와 있지 않아 저수지로 가는 길은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상식에도 불구하고 헐티로를 타고 가다가 가장 가까운 도로(위에서 접근하는)로 들어갔는데 [금천리 투구산길]이 새로 생겨(개통은 아직 안 되어서 걸어서 내려갔다가 올라왔는데) 금천리의 오산3길과 이어지는 모양이었다. 길을 걸어내려 가다가 저수지로 이어지는 길이 있는가 살펴보았으나 검고 깊은 숲뿐이었다. 예상과는 달리 길은 저수지와 자꾸 멀어져서 포기하고 올라와 다시 헐티로를 타고 내려가다 용천사를 지나 청도자연휴양림(비슬산 둘레길)으로 이어지는 도로 옆에 있는 오산지를 먼저 찾았다.
오산지는 밑변이 긴 평행사변형 형태의 단순하게 생긴 소류지인데 물은 그런대로 맑은 편이었다. 예전에 한 번 들렀던 기억이 있다.
다시 봉황지를 찾아 오산5길로 들어가 보니 사유지로 이어지고 차를 돌릴 때도 없어서 후진해서 나와야 했다. 그다음에는 오산 4길로 갔더니 그 길이 맞았다(소나무 식당을 치고 그곳을 찾아가면 될 듯). 밭을 따라 산길을 좀 올라가니 개구리밥인지가 가득한 원형에 가까운 소류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농촌 지역에는 농업 용수로 쓸 소규모 저수지가 필요 불가결한 것이라 각북면에도 소류지들이 숱하게 많이 있는데 이곳들은 또한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하지만 많은 곳에는 낚시금지를 알리는 말이 적혀있다). 헐티로를 타고 조금 더 내려가자 봉두지가 눈에 들어왔다. 물이 거의 말라버린 이 저수지 옆에는 도연 사라는 자그마한 절이 있었다.
봉황지를 들렀다가 나올 때쯤, 카메라의 줌 기능이 되질 않았다. 지난번에도 한 번 고장을 일으키더니 이번에도 말썽이었다. 이 때부터 내 머리가 복잡해졌다. 안 그래도 말썽이 많은 카메라이니 새로 카메라를 구입해야 할 때가 된 듯했다. 그렇다면 대구로 돌아가서 살 것인가? 아니면 울산, 부산. 어떤 대답도 난관들이 있어서 망설이고 있다가 오덕지로 가는 길에 다시 사진을 찍으면서 줌 기능을 선택해 보니 또 잘 되었다. 살짝 눌러주면서 옆으로 돌리면 문제가 없는 듯했다.
그리고는, 지난번 지슬리를 찾았을 때 빼먹은 오덕지로 향했다. 길을 잘못 들어 영전지로 가다가 돌려서 나왔는데, 오덕 지는 소유지로 주변은 풀이 무성했다. 저수지 옆 외딴집에 있는 개 한 마리가 요란하게 짖어서 서둘러 저수지를 빠져나왔다.
[청도샘물] 공장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니 생금지가 나왔는데, 사유지로 낚시는 금지라고 했다. 저수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덕촌리 끝에 위치한 덕촌지는 물이 꽤 맑고, 그 옆에는 정원을 잘 꾸며놓아 [천국보다 미]한 수화산장이 있다.
그다음 찾아간 곳은 삼평리의 벽수지인데, 이 마을에는 예쁜 집들이 많았다. 그러나 정작 저수지는 말라 붙어 있는 그런 상태였다. HAVE라는 카페에서는 주인분인지 영업을 준비하느라 정원을 단장하느라고 분주한 모습이었다.
902번 지방도 헐티로를 따라 달리자 삼평지가 나왔다. 워낙 작은 웅덩이 수준의 소류지들만 보아서인지 이 저수지는 제법 커 보였다. 그런데, 수초가 저수지를 가득 덮고 있고 고압 송전 철탑 아래에선 공사가 한창이었다.
우산리에 위치한 우산지는 금천지와 지슬지처럼 제법 규모가 있는 저수지이고,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최근에 축조된 것이다.
끝도 없이 등장하는 저수지들로 서서히 지쳐가고 있는데, 사실 우산지로 올라가는 길에 평지에 위치한 딱재못이라는 이미 본 터였다.
하나하나 찾아가보기로 했으니 그 의미는 잘 알 수 없어도 계속 찾아가 보는 것이다.
딱재못은 나무들이 저수지를 둘러싸고 있어서 조망이 좋은 곳을 찾기가 어려웠는데, 옆에는 잘 꾸며놓은 전원주택이 있었다.
명대리의 명대지는 길쭉한 이등변 삼각형 형태로 전형적인 계곡형 저수지이다. 저수지 상부 오른쪽에서는 낚시꾼이 홀로 낚시를 하고 있었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거나 하지는 않아도 고만고만한 저수지를 끝없이 탐방하는 것이 일찍 일어난 나를 피곤하게 했다.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치고 올라오고 있었다.
나북지는 도로 끝에서 산길을 따라 좀 걸어 올라가야 했는데, 이 도로의 끝에는 제법 규모가 있는 사당 같은 곳이 있었다. 부근에 위치한 원당지도 비슷한 크기로, 도로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이때쯤 강정지라는 우산지 정도 크기의 대략 만수면적 10헥타르 내외의 저수지가 내비에 떴다. 그 정도만 찾고 이곳을 떠야겠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그리고 내비에서는 근처 중곡지에서 이어지는 물길이 용곡지로 이어지고 있어서 두 곳을 먼저 찾기로 했다. 중곡지로 이어지는 도로는 농장 앞에서 더 이상 들어갈 수가 없었고, 풀숲 사이로 난 희미한 길의 흔적을 따라가자 저수지가 보였다(드디어 각북면에서 벗어나 이서면으로 들어섰다). 내비를 보니 용곡지 옆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올라오는 것이 보통의 경로인 듯.
용곡지로 향하기 위해 대전리로 들어서자 나는 이곳이 두 달 전쯤 엄마와 함께 찾았던 곳이라는 걸 깨달았다. 강정지도 그때 찾았던 곳이라는 것도 떠올랐다. 그리고, 당시 시간이 없어서 찾지 못했던 이 도로의 끝에 있는 저수지도 이곳에 들른 김에 찾기로 했다. 그전에 골프장 옆에 위치한 강당지와, 강정지 북서쪽에 위치한 죽림지란 소류지부터 찾았다. 강당지엔 중앙을 제외하고는 수초가 가득했고, 인근에는 콘도인지 제법 규모가 있는 건물들을 짓느라 공사가 한창이었다. 죽림지에는 개구리밥이 가득한 데 기와집 한 채가 이채롭다.
이웃한 우산지와 비슷한 크기의 칠엽지를 끝으로 나는 청도를 떠나 울산으로 향하기로 했다. 자칫 여기서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았다. 칠엽지는 물이 많이 빠진 상태였다. 이때 시각은 12시 40분, 아침을 거른 배가 진작에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점심은 청도에서 먹기로 하고 20번 국도를 쌩쌩 달려 나가다가 서상교차로의 설렁탕 집이 눈에 들어와 거기서 허기를 달랬다.
청도IC로 향하고 있는데 코앞에 저수지가 두 개 눈에 들어왔다. 청도의 진산이라는 남산으로 이어지는 도로 옆에 자리한 이 두 저수지를 그냥 지나칠 순 없었다. 송전지는 황록색을 띠고 있었는데, 주변이 잘 정돈되어 눈을 시원하게 했고, 대동지는 초록 빛깔이 좀 더 짙은 저수지로 지금은 물이 많이 빠져 있었다. 청도군청과 대남병원을 지나 청도IC를 타고 달리다, 새로 생긴 함양울산고속도로(14)를 탔다. 터널이 유독 많은 도로로 공사가 엄청 힘들었을 듯하다. 전체 구간이 구간 과속단속을 하고 있었다.
서울주 분기점에서 경부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서울산IC로 나와 언양읍을 지나 35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 24번 국도로 갈아타고 목적지인 대암호로 향했는데, 중간에 길을 좀 헤맸다. 대암호는 1969년 보은천과 둔기천이 만나는 곳에 축조된 호수로 그 형태는 좀 단순화하자면 V자에 추가 달린 듯하다. 나는 먼저 호수의 오른쪽 구수리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올라갔는데 길도 좁고 조망도 좋지 않은 듯하여 내비가 안내하는 대로 대암체육공원에 차를 주차하고 제방을 걸어 올라갔다. 호수는 넓긴 했지만 뭔가 울림을 주지 못했고, 호수 상부 우측에 자리한 섬은 너무 멀어서 섬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었다. 철망 펜스가 막고 있는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니 흥미롭게도 도로가 생기면서 잘려나간 저수지에서는 나이 드신 분 한 분이 낚시를 하고 있었고, 나는 조망이 좋은 곳을 찾아 하잠리로 들어가 호수 옆으로 난 임도를 따라 걸어가 보았는데, 거기서도 조망이 그닥 좋지는 않았다. 날도 잔뜩 찌푸린 데에다 물빛도 내 마음을 끌어당기지 못했다. 기대를 갖고 찾았으나 대암호는 그 기대에 답하지 못했다. 기분전환 겸해서 하잠리에 있는 소류지인 뒷골저수지로 가보려고 했지만 농장을 지나야 하는 듯했는데 농장은 출입금지구역이었다.
그리고, 회야호로 가는 길에 들른 듯하지만 피곤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저수지 사진이 있다. 저수지 옆에 있는 망루 같은 둥근 부분이 중리저수지라고 생각하게 하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물빛이 검긴 하지만 그런대로 깨끗한 저수지였다. 그다음 길옆에 대안곡동못이라는 소류지가 있어 차를 세우고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나무와 덩굴이 조망을 가려 전체적으로 담을 수는 없었다.
회야호로 가는 길에 대복동천로를 따라 달리다 통천교를 건널 때 회야강의 경치가 절벽도 있고 물도 맑아서 부근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회야호에 대한 기대감도 올라갔다.
회야호로 들어가기 직전에 수초가 가득한 못산소류지가 있어서 여기서도 사진을 몇 장 찍었다. 회야호(희야호라고 잘못 읽기도 했는데)는 상수도 보호구역이라 수질은 맑지만 철망 펜스로 인해 조망이 좋지 않고 둘레길이나 이런 곳도 없다. 망향동산이 개방이 되어있어 거기에 들어가 보면 호수를 조망할만한 곳이 있지 않을까 했으나, 숲으로 둘러싸인 공지에 지나지 않았다. 거기다 조망이 좀 좋은 곳은 차를 세울 만한 곳이 없었다. 다리를 지나는 곳에서도 조망은 좋았으나 차 안에서는 수면이 너무 낮게 그것도 조금 밖에 보이지 않았다.
대암호와 회야호는 내 기대와는 달리 별다른 울림을 주지 못했고 그래서 나는 울산을 떠나기로 했다. 다음 목적지를 창원의 주남저수지 옆에 있는 동판저수지로 정했다. (울산에는 이 밖에도 대곡호, 시연호 등이 있는데 이 두 호수는 길쭉한 데다가 호수를 조망할 만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또 다른 큰 호수가 있다는 걸 안내판에서 보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아서 포기하고 말았는데, 다시 살펴보니 선암호수공원에 있는 선앙저수지이다. 기회가 닿을 때 한 번 찾고 둘레길을 좀 걸어보도록 해야 할 것이다.)
14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 동해고속도로(65번) 온양IC로 들어선 다음, 부산외곽순환도로(600번) 타고 달리다, 남해고속도로(10번)로 갈아타자마자 동창원IC로 빠져나왔다. 길을 한 번 놓쳐서 아파트(우성전원아파트)가 있는 곳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 나와 동읍행정복지센터에서 우회전하여 좀 더 가니 동판저수지였다. 동판저수지는 도로 하나 사이를 두고 있는 주남저수지에 버금갈 정도로 큰 저수지인데, 재작년 12월에 주남저수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그 곁을 지나다가 우연찮게 들르게 되었고, 철새 떼의 군무와 출사에 나선 많은 사람들이 인상적이었다. 그때 주남저수지에서 이미 해가 저물어 동판저수지는 들를 수가 없었는데, 수초가 저수지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어서 저수지라기보다는 늪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저수지가 워낙 큰 데다가 제방에는 나무들이 있어서 조망이 탁 트인 곳을 찾기가 힘들었다. 차를 몰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으나 이른바 포토존을 찾기는 힘들었다.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땅과 습지가 뒤엉켜있는 그런 형국이라는 것이었다. 땅 바로 옆에 소규모 습지들이 즐비했다. 다시 동읍행정복지센터까지 나와서 나는 저녁을 먹을 겸 창원 시내로 향했다.
창원 시내로 들어서자 먼저 창원중앙역이 나를 반기는데, 왼쪽 편으로 제법 규모가 있는 저수지가 나를 반겼다. 그런데, 내비에는 이 저수지가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창원중앙역 건너편 25번 국도 용추교 아래 위치한 이 저수지가 내비에 나오지 않은 이유는 조성된 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인 듯하다. 그렇지만 등산 지도에는 용추저수지로 표기되어 있고, 이 지역 사람들은 용추저수지라고 부르고 있어서 그대로 따른다. 원래 이 부근에 용추저수지가 있었는데, 창원중앙역 건설로 매립되어 버리고 이곳에 새로 저수지가 생겼는지 정확한 정황은 지역 주민들이 알고 있을 것이나 인터넷으로는 제대로 파악하기가 힘들다. 어쨌거나 저수지 옆의 길상사라는 현대적인 사찰과, 또 교각이 저수지 내에는 건설되지 않은 점, 또 물이 맑은 것 등이 이 저수지를 돋보이게 했다.
도청이 있는 곳 부근 신리 물향기 공원에 들러 산책로를 한 바퀴 돌았다. 이곳은 조성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내비에는 아직 나와 있지 않다. 산책을 하기에는 좋을 듯하나 물이 별로 맑지 않다. 그리고 인근의 돈가스 전문점에 들러 좀 비싼 돈가스를 먹고 마창대교 쪽으로 향하다가, 마음을 바꿔 통영으로 향했다. 창원 시내를 지날 무렵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통영으로 가는 내내 비가 왔다. 피어48 호텔에 투숙.
(둘째 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