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15 저수지 탐방
[경로: 초곡지 - (남통지) - 가마못 - 안삼 저수지 - (무솔(등지) 저수지)]
지난달 29일에서 이번 달 1일까지의 2박 3일 여행기를 써나가기 위해서는 기억에 공백이 있는 무솔(등지) 저수지를 다시 한번 찾는 것이 필요할 듯해서 12시 반쯤에 집을 나섰다.
기억을 되찾기 위해 그 당시 경로를 그대로 밟기로 하고 그래도 이왕 나온 길이니 먼저 달창저수지 옆에 있는 안 삼 저수지(성산면 후천리) 정도는 찾을 생각이었다. 테크노폴리스로를 따라 달리다 테크노폴리스에 도착할 무렵 왼편에 자그마한 저수지를 하나 인터넷 지도에서 본 기억이 떠올랐다. 저수지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검색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안다 해도 달리는 중간이라 검색을 하기도 어려웠겠지만) 빠져나갈 곳을 놓치고 말았다(신성 지하차도로 들어가지 않고 우측으로 빠져 나야 와 했다). 유가사 입구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초곡 터널]을 지나왔으니 그 저수지 이름이 [초곡지]가 아닐까 해 쳐보았지만 나오지 않았다. 이곳에서 유턴을 한 다음 신성 지하차도에서 우회전을 했어야 했는데 다시 한번 놓치는 바람에 김흥 교차로까지 꽤 먼 거리를 갔다가(시간상으로는 5분 정도이지만) 다시 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아래 사진에 나오는 길로 들어갔다가 차들이 길을 막고 있어서 후진을 해서 돌아 나와야 했다.
좀 더 나와 테크노폴리스로 바로 옆에 있는 도로로 들어서자 초곡리로 들어가는 길이 나왔고, [모은사] 옆에 있는 저수지의 이름은 목적지를 찍는 방식으로 검색을 해보니 지니 내비에서는 [초곡 2지]로 나왔다. 내비가 안내하는 대로 쌍계리를 지나 유가복길을 따라 계속 올라갔다. 초곡리로 들어서자 진입로 공사가 한창이었고, 어떤 곳은 통행을 할 수가 없었다.
옆길로 빠져나가야 하는데 이 농원으로 들어가는 길로 들어갔다가 후진해서 돌아 나와야 했다. 포장도로가 끝난 곳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올라가니 폐가가 나왔다. 테크노폴리스로를 달리는 차 소리가 가깝게 들리는 곳인데도 상당히 외진 곳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이 천막과 복숭아나무가 있는 이곳에 다다르자 길은 희미해지고, 길이 있나 보려고 나아가려는데 풀 사이로 뭔가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처음에는 작은 개인가 하다가, 개가 왜 이런 곳에 있지 했는데, 검은 줄무늬가 있는 것이 멧돼지 새끼였다. 그 뒤로도 한 마리가 보였는데, 인기척을 느꼈는지 이내 수풀 사이로 숨고 말았다. 카메라를 들이대었을 때에는 흔적을 찾기도 힘들었다. 멧돼지 새끼는 귀여움의 대상이었지만 그 어미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나는 혹시 주변에 있을지도 모를 멧돼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되돌아섰다. 농사를 짓다가 두고 간 쇠스랑과 곡괭이삽이 눈에 띄여 여차하면 그것이라도 들 생각이었다. 새끼에 대한 모성 본능은 다른 동물이나 인간이나 마찬가지이므로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위협을 가하지 않으면 동물들은 대체로 인간을 먼저 피하는 듯했다. 물론 이것도 우리나라엔 맹수류가 없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개울을 사이에 두고 복숭아나무가 있는 왼쪽으로는 길찾기를 포기하고 오른쪽으로 오니까, 거의 무너져 내리다시피한 농막이 한 채 있고 개울을 따라 가지 않는다면 달리 길이 없는 듯했다. 제방도 보이지 않아서 저수지 가까운 곳까지 길이 나있는 [모은사]쪽으로 해서 저수지를 찾기로 했다.
차를 돌릴 곳이 없어서 2백미터 이상을 조심스럽게 후진을 했다. 후방카메라가 있는 것이 이럴 때는 정말 유용했다. 카메라는 풀과 진짜 장애물을 구분할 능력이 없어서 계속해서 경고음을 울려대긴 했지만.
모은사로 가는 길은 공사중으로 포장이 채 안 된 상태라 울퉁불퉁했다. 저수지는 절 정면 어딘가에 있을 터인데 들어가는 곳을 찾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산길이 시작되어 좀 더 가보니 방향이 완전 달라서 그곳은 아닌 듯했다. 절 아래로 내려가 뭔가 일을 하고 있는 분에게 물어보니 좁은 길로 내려가서 오른쪽으로 돌면 된다고 했다.
저수지로 가는 길은 넓게 잘 나 있었고, 청록빛을 띤 이 소류지는 여름 산이 다 그렇듯 풀과 나무가 너무 무성하긴 했어도 정감이 갔다.
그저께 낙토지(낙사지)를 찾아가는 길이 어려웠듯, 이 초곡지를 찾는 일도 쉽지는 않았지만, 자연에서 멧돼지 새끼를 만나는 흔치 않은 경험도 했다.
유가복길을 타고 돌아나온 나는 내비가 가르쳐준 대로 가지 않고 지하차도를 지나 테크노폴리스로를 탈 길을 찾았으나 좀 돌아야했다.
테크노순환로를 타고 옥녀봉사거리에서 좌회전, 유곡1교를 건너 못안길을 따라 신나게 달려 남통지에 도착했다. 한 달 전과는 달리 저수지엔 물이 가득했고, 낚싯꾼은 보이지 않고 낚싯대만 열심히 낚시를 하고 있었다. 낚싯꾼들은 아마도 쉬원한 정자에 있는 모양이었다.
이 때 나는 잠시 사진만 찍는다고 차문을 열어 놓은 채로 내렸다가 다시 탄 다음 출발을 했는데, 차창에 좀 과장을 하자면 엄지손가락만한 말벌이 한 마리 그 사이에 들어와 있었다. 자칫 쏘이기라도 한다면 큰 일이었다. 천천히 차를 몰면서 차창을 열고 수건으로 벌을 못았으나 벌은 붕붕거리며 날기만 할 뿐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차를 주차할 공간이 나오자 나는 차를 주차하고 운전자쪽 차문을 열고 반대편은 차창을 내린 다음 본격적으로 벌을 몰았다. 차안을 어지럽게 날던 벌은 내 앞을 지나 어디론가 사라졌다. 위험은 예기치 않게 다가왔다 또 그렇게 사라졌다.
엄마와 함께 병원에 가려면 4시 전엔 집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별로 없었음에도 내친 걸음이라 지난번에 패스한 가마못도 찾아보기로 했다. 배롱나무 꽃이 예쁘게 핀 곳을 지나 개울을 건너자말자 좌회전하여 좀 올라간 다음 다시 우회전하여 오르막을 올라가자 보호수가 있는 곳에서 포장도로는 끝이 났다. 그 다음 산길에는 대나무가 빽빽하게 자라있었고 그 너머로 못이 보이는 듯했다.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 좌측으로 꺾자 좁은 산길이었는데 누군가 그래도 지나갔든지 길은 제법 또렸했다. 하지만 백미터 이상을 걸어나가도 못이 보이지 않아 잘못 들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못이 눈 앞에 보였는데, 이런 장마와 집중호우 이런 것이 지나간 다음인 데도 이 못은 거의 말라있는 상태였다. 눈 앞에 보고서도 믿기 힘든 상황이었다.
태봉지 옆 새로 생긴 도로를 타고 달창로에서 좌회전, 다시 곽천대산로를 타고 한 1분쯤 달리자 좌측에 안삼저수지(경남 창녕군 성산면 후천리)가 보였다. 저수지로 내려가는 길에다 차를 주차하고 저수지로 내려갔다. 시동을 건 상태로 그냥 가다가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듯하여 다시 올라와 시동을 끄고 문을 잠근 다음 다시 저수지로 내려갔다. 제방으로 올라가 사진을 찍으려 했으나 사로로 물이 넘쳐 흘러 건너갈 수가 없었다. 제방 쪽으로는 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비슬산 자락에 위치해 산 배경이 좋고 물도 그런대로 맑은 편이었다. 가보진 않았지만 이 저수지에서 산으로 좀 올라간 곳에 있는 소류지 이름이 후천지인데, 주소는 대구 달성군 유가읍 본말리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행정구역과 실제 생활권이 다른 예 중의 하나이리라.
이 때 시각이 2시 50분. 오늘의 주 목적지인 저수지 이름이 잘 생각이 나지 않아 그 저수지 옆에 있는 장기저수지를 치자, 도착 예정 시간이 3시였다. 그 정도면 시간 여유가 좀 있을 듯했다. 엄마의 기분 상태에 따라 잔소리가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수도 있겠지만 병원 가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듯했다.
곽천대산로에서 성산로(1034번 지방도로), 대합면의 십이저수지 옆 창한로를 달려서 등지교차로에 이르자 그 교차로에서 좌회전하여 무솔길로 들어간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무솔(등지)저수지에 이르자 어디에서 사진을 찍었는지는 그래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아마도 큰 나무(무슨 나무인가, 느티나무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고)가 있는 전망대였을 듯했다. 월배 이마트 확진자 소식을 담은 문자를 받고 머릿속에 복잡했기 때문에 기억에 좀 공백이 생긴 것이 분명하다.
무솔저수지를 떠난 시각은 3시. 5번 국도를 탄 뒤, 현풍에서 테크노폴리스로를 타고 상인동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