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여는 말

드디어 DSLR의 세계로

길철현 2021. 11. 19. 05:07

벼르고 벼르던 끝에 DSLR을 하나 샀다. 소니 A7C를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풍경 사진을 많이 찍는 나에게는 파나소닉 S5가 더 맞을 것이라는 지인의 조언에 따라 그것으로 구입을 했다. 인터넷 구매는 신뢰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이번에 서울에 올라가는 길에 구입할까 하다가, 대구의 종합유통단지 전자관에서 사는 것이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을 듯해서 그곳으로 향했다. 사실 구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진을 잘 모르는 데다가 촬영의 편의성 때문에 나는 5년 전에 구입한 RX100IV로 계속 사진을 찍어왔다. 화질에 다소간의 불만이 없지는 않았으나 들고 다니며 촬영하기에는 너무나 편리했는데, 줌 기능이 가끔씩 작동을 안 하고, 촬영 버튼이 잘 안 눌러지는 경우도 있고, 급기야는 조리개가 완전히 닫히지도 않아, 이 똑딱이 카메라의 최신 버전인 RX1007을 사러 이곳에 들렀다가 허탕을 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사실 이곳은 아는 분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대구에는 교동에 전자제품을 파는 곳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래도 대도시의 전자상가로는 좀 부족하지 않은가 했는데 이곳이 밀집지역이었다. 서울로 말하자면 세운상가와 용산전자상가를 생각하면 될 듯). 카메라 가게들은 이구동성으로 없어요,를 외쳤고, 한 곳에서는 다음 날까지는 구해 줄 수 있다고 했지만, 이때쯤에는 내 생각도 변했다. 휴대폰의 카메라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능이 일취월장하고 있는데, 아무리 하이엔드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똑딱이 카메라를 살 필요가 있겠는가?

 

오랜 망설임 끝에 나는 그저께 드디어 실행에 나섰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수요일은 전자관 정기 휴일이었다. 하루를 더 기다려 찾아 갔더니, 이번에도 두 군데에서는 없어요,라고 외쳤다. 카메라 구입은 험로일 수밖에 없는가? 결국에는 용산을 찾아가야 하는가? 토요일에는 쉬는 곳이 많던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가게 사장님이 한 곳을 말해 주었다. 파나소닉 대리점이긴 했으나 카메라는 취급하지 않는 듯해 지나친 곳이었다. 어쨌거나 이다음부터는 일이 순조롭게 풀렸다. 가격대도 인터넷에서 조사한 최저비용에 근접했고, 제로페이를 이용해서 5만 원을 아낄 수도 있었다. 직원분은 친절하게 바디와 렌즈를 결합하는 법을 시전해 보였고, 스트랩도 직접 끼워 넣어 주었다. 다만 직원분은 배터리 하나를 추가로 준다고 해놓고는 까먹고 있었는데, 사실 나는 그 말이 배터리를 2개 준다는 말인지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가 마지막에 우연찮게 배터리를 언급해서 그것도 받았다. 그리고, SD카드에다 가방까지 이제 출시 준비가 끝났다(미러리스 카메라로 무게를 많이 줄였다고 해도 묵직한 중량감은 어쩔 수 없었다). 

 

어디로 갈까 하다가 동변동에서 잔치국수로 늦은 점심을 떼우고 지금쯤은 단장을 끝냈을 서리지로 향했다. 하지만 서리진 물이 너무 적었고, 그다음에 찾은 금화지도 지난번에 왔을 때처럼 물이 맑지는 못했다. 기회가 닿지 않아 몇 번이나 놓쳤던 천평지로 서둘러 향했다. 유료낚시터라 수질이 아주 좋았고, 때마침 보름달이 떠올라 흥취를 돋웠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너무 피곤해 그냥 잠이 들었다가, 새벽에 일어나 사진을 확인해보니, 아무리 DSLR이라도 어둑어둑한 풍경에 빛을 불어넣을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DSLR이 마법의 기기는 아니므로 사진은 찍는 기술과 보정이 합해져야 한다는 지인의 말을 새삼 떠올렸다. 어쨌거나 이제 한 단계 높아진 사진의 세계로 들어섰으므로 차근차근 공부하며 사진이 펼쳐 보이는 미적 세계에 좀 더 빠져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