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탁구 이야기 - [효성 리그전]에서 5수만에 우승(12월 5일)
코로나로 외부 시합은 자제하고 있었는데, 정부의 단계적 일상 회복(With Corona) 조치에 따라 많은 방역 기준이 완화되었고 대구에서도 예전처럼 탁구장 리그전이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확진자의 폭증, 위중증 환자, 사망자의 증가, 오미크론의 유입 등으로 일시 쳐중단하고 말았지만). 그리고, 11월 21일에는 내가 회장으로 있는 [탁신] 동호회도 1년 3개월이라는 긴 공백을 깨고 정기 월례모임(년례 모임이 되어 버렸다)을 가졌다. 이 모임에서는 별로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개인전에서 준우승을 해서 테너지 러버 한 장을 득템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기적 유전자로 가득 찬 나는 단체전에서는 3전 3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어 같은 팀원들의 원성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 7월 정도 이후 공백을 깨고 나간 첫 시합은 10월 31일에 있었던 디비전 리그였다. 지난번 탁구 이야기에 썼듯이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래도 1승 1패를 함으로써 면피는 한 셈이었다. 본격적으로 리그전에 다시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동호인 중 한 분이 당일날 시합을 나가자고 해서 참가하게 된 [킹콩 탁구장] 목요 리그전이었다. 3부부터 9부까지 참가하는 그 시합에 3부로 참가한 나는 예선전에서는 4승 1패(박준형이라는 5부 젊은 친구에게는 0대 3으로 완패했다)로 상위부로 진출했으나, 본선 1회전에서 만난 곽미경 7부 분에게 0대 3으로 또 완패 당하고 말았다. 요즈음 강한 커트에 노이로제 비슷한 것이 생긴 상황인데 이 분이 커트를 하다가 찬스만 오면 스매싱을 하는 스타일이라 전형상 불리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첫 세트 9대 9 상황에서 내 공격 2개를 모두 범실을 하면서 게임이 완전히 기울고 말았다(커트볼을 드라이브를 걸다가 네트에 걸린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 다음 높이 뜬 공을 미스한 것은 실전 경험이 그만큼 떨어진 탓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본선 1회전 탈락에 열이 오른 나는 이틀 뒤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효성 탁구장] 토요 리그전에 참가했다. 이 날은 2회전(8강)까지 진출했으나 뒷면 롱을 잘 다루고 서브가 좋은 차정훈(4부)에게 예선전에 이어 또 0대 3으로 완패하고 말았다(이 젊은 친구가 이날 우승을 했다). 그 다음날 다시 참가한 일요 리그전에서는 8강전에서 다소 힘겨운 상대인 민찬홍(4부)을 이기고 준결승까지 올라갔다. 준결승 상대는 이민형(3부)이라는 젊은 친구였는데 볼빵이 워낙 좋아서 게임수로 풀어나가기엔 한계가 있었다. 2대 2까지는 어떻게 끌고 갔으나, 마지막 세트에서는 5점 정도밖에 내지 못했다(결승전에서 이 친구는 손병호 씨도 꺾고 우승을 했다). 그렇지만 공백기 이후 최초의 입상(디비전 리그에서는 3팀이 참석하여 3위를 했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상장과 메달, 상품이 나왔다)이라 나름 뿌듯했다.
12월 4일 토요일. 다시 [효성 리그전]에 참가하여 기세 좋게 올라가고 있었고, 8강 전(강희봉 5부)에서도 2대 0으로 앞서고 있어서 낙승을 예상했으나, 상대방이 서브 패턴에 변화를 주면서부터 게임의 양상은 달라졌다. 상대방의 공격은 내가 잘 막아내지 못했고, 내 드라이브 공격을 상대가 디펜스한 공이 오른쪽으로 휘면서 올라와 스매싱이 번번이 미스가 났다. 5세트에서 안간힘을 써보았으나 6점 정도밖에 못 내고 무너지고 말았다.
12월 5일에는 원래 [이흔석 탁구클럽]에 시합을 나가려고 했으나 오전에 골목길에서 꽤 큰 교통사고가 나 차를 정비공장에 보내야 했고, 차가 없는 상황에서 칠곡까지 가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에 다시 [효성 리그전]을 신청했다. 이 날은 부근에 있는 [참 좋은 탁구클럽]에서 2인 단체전을 해 모두 거기로 갔는지(나중에 시합을 마치고 가보니 실제로 그랬다) 참가 인원이 10명밖에 되지 않았다. 따로 본선 없이 풀리그로 순위를 가리기로 해 한 게임 한 게임을 착실하게 풀어나가야 했다. 이날 시합에서는 첫 게임이 제일 어려웠다. 지난번 시합에서 3대 0으로 가볍게 이겨 쉬운 상대라고 선택한 김대진(6부)이 이 날은 랠리도 좋고 네트 운도 따라 먼저 두 세트를 내주었고, 3세트에서는 4대 10으로 지다가 버티는 탁구로 듀스에서 잡았고, 마지막 세트도 5대 10으로 지다가 겨우 이겨냈다. 이다음부터는 대체로 게임이 수월했다(잘 치는 사람이 없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도, [효성 리그전]에 다시 나가면서 2전 2패로 열세에 놓여 있었던 최용준(5부, 펜홀더 롱)을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3대 1로 꺾었고, 쉽지 않은 상대인 민찬홍과의 시합도 이겨냈다. 7승을 했을 때 우승이 확정되었던 듯하고, 8승 후 마지막 게임은 2대 1 상황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때문에 중단하고 말았다.
참가 인원도 적고 잘 치는 사람도 없었으며 상금도 얼마되지 않았으나 그래도 오랜만에 맛본 우승의 기쁨(그것도 전승으로)은 내 입이 귀에 가 걸리게 했고, 자는 도중에 자꾸 깨는 수면 장애에서도 모처럼 벗어나 숙면을 취하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