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10. 서울편 1-2. 창비. 2020(2017)
유홍준은 우선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 준 것만 해도 놀라운 일을 해냈다. 어린 시절, 60년대 생인 나는 80년대가 되면 집집마다 자가용을 갖게 된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6십 명이 넘는 반 아이를 통틀어 자가용이 있는 집이 딱 한 집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가난했고(우리집이 그렇게 가난한 것은 아니었는데), 우리민족은 제대로 된 문화유산도 없고, 힘도 없고 그래서 일본이나 여타 다른 강대국의 지배를 받아야 했던 한 마디로 서글픈 민족이고 역사였다. 그러던 우리나라가 지금은 세계 10위권의 교역국이고 문화적으로도 영화와 드라마, 가요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말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작년인가?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쓰는 미국인에게 내가 강의를 하던 독학사의 한 학생이 무례하다는 말을 했다. 외국인에게 친절해야만 한다는 교육을 받았던 나로서는 잘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영어가 세계 공용어이긴 하지만 미국의 오만함이나 자국문화 중심주의에는 비판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음에도) 우리나라와 한국어에 대한 그 학생의 자부심이 한편으로는 뿌듯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 또한.
유홍준은 1993년 [남도 답사 일번지]를 필두로 30년 가까운 시간 꾸준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발행하고 있는데, 모두 4백만 부 이상 팔리는 인문서적으로서는 전무후무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의 해박한 지식, 놀라운 기억력, 그리고 해가 갈 수록 더해지는 입담 등이 유려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문체의 힘을 입은 것이리라.
정신적으로 힘겹고 허리의 근육통까지 겹쳐서 나는 누워서 하루 종일 이 책들을 통독했다. 세상의 모든 현상들은 그 나름대로 의미를 지닌다. 그 중에서도 나에게서 가까운 것,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에 먼저 주목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그것이 멀고 다른 것에 대한 배척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원론도 잊지 말아야 하겠지만). 요즈음 문제되는 현상 중의 하나가 국뽕인데, 내 것이 최고라는 태도는 일단은 기분을 좋게 하지만 그 뒷맛은 씁쓸하다.
내가 30년 이상 살아서 너무나 익숙한 서울의 고궁과 종묘, 동관왕묘(동묘), 성균관을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는 이 책 또한 우리 문화유산이 지닌 가치와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9권]
제1부 종묘
57) 종묘제례악이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되었고,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가장 먼저 등재되었다
제2부 창덕궁
127) 검이불루 화이불치
제3부 창덕궁 후원
제4부 창경궁
[10권]
제1부 서울 한양도성
제2부 자문밖
제3부 덕수궁과 그 외연
(243) 광해군의 콤플렉스와 불안한 정서
제4부 동관왕묘
제5부 성균관
(378) 부여 주암리 은행나무,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409) 반중잡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