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철현 2022. 3. 5. 16:45

보채듯 앞장서는

태양 미워

따가운 헌 발바닥에 곰보길 싣고,

차오르는 땀내

 

햇살로 머리 빗는 처녀야

붙들어, 이 씨름 말려준다면

멀다온 길손처럼

잠깐 쉬어가도 좋으이

 

맡겨둔 그림자를 치고 눕자니

심지도 없는 애()가 타고

더운 한숨이 불어

속절이 무성한 머리칼을 쥐어뜯는다

 

태양은 벌써,

서산 고개를 넘어설 참

성화가 길 끝을 흔드는데

붉은 줄을 긋고 있는데. 

 

[제1회 영문과 시 낭송회](1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