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 및 감상/문예창작반(문창반)
겨울 이야기 -- 최성용(84)
길철현
2022. 3. 7. 20:30
상처입은 대기의 하혈같은
어둠이 한 조각의 담배 연기를 덮을 무렵
여윈 입김으로 창을 닦는다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창 안으로
하나 풀처럼 깨어있는 의식
X - ray에 투사된 나의 폐에서
낮과 밤에서 각혈을 한다.
손에서 떠난 구겨진 담배갑을
내려다 보다, 그리고
나는 빈손이므로
몸짓만으로 파닥인다
-- 날개는 잃어버린 장소에서 찾아야 함
공복의 위장으로 풀씨를 삼킨다
한 포기의 봄을 위하여, 나무처럼
깊숙한 뿌리를 가져다오
의식은
비껴가는 낮과 밤을 겨워한다.
[제1회 영문과 시낭송회](1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