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저수지 순례 계속(첫째 날 3)(함양, 전주, 구이저수지, 금산사)[20220402-03]

길철현 2022. 4. 12. 21:09

다시 꼬불꼬불한 길을 넘어가니 오른편에 [동막저수지]가 나왔는데 차를 세울 곳도 없고, 또 숲이 우거져 저수지로 들어가는 길도 불분명해 그냥 지나쳤다. 고개를 내려오면서 보니 평지 가까운 곳에 저수지들이 나를 향해 손짓을 하고 있었다. 그전에 [마평제]라는 소류지가 눈에 띄었다. 너무 작아서 그냥 지나쳤는데, 저수지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하여 다시 돌아왔다. 이 쌍계리의 마평마을에서는 돌로 된 이층집이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마평 마을 아래 쪽에는 적당한 크기의 저수지가 두 개 있어서 그 중 가까운 [쌍용제]부터 찾으려 했다. 내비에는 분명 저수지 제방으로 이어지는 소로가 나 있었는데 실제로는 중간에 집이 있었다. 공터(그 집 마당?)에 차를 세우고 집을 돌아 저수지로 가려고 하니 주인이 나와서 제방으로 이어지는 길은 없다고 했다. 돌아 나와 소로를 달려 저수지로 가는 길을 찾아보았으나 다시 한 번 그 집으로 이어지는 길을 달리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일단 뒤쪽에 있는 [사계제]부터 찾기로 했다.   

 

저수지 이름은 지역 명칭에서 따오는 경우가 다수인데 사계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지역 명칭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는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그런 것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사계(社桂)의 유래는 무엇일까? 이 소류지는 좌측 상부에 흰 부분--아마도 모래 같은데--에 시선이 간다. 

그리고, 나는 이 저수지의 안내판에서 무주, 진안, 장수를 줄인 말인 무진장이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것도 보았다. 

[쌍용제]는 제방 옆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없는 것으로 판명났기 때문에 제방 아래에서 올라가기로 하고 소로를 달려 부근에 차를 세우고 제방 아래로 걸어갔다. 낚시꾼이 많은 이 저수지는 저수지 상부 멀리 만행산 줄기가 높게 솟아 있었다.

[쌍용제]가 있는 쌍계리에서 이룡리로 들어서자 751번 지방도는 보산로를 타고 올라온 721번 지방도에 그 자리를 내주었다. 산서면내로 들어선 다음 계속 직진해 나아갔다. 산서면의 한자는 짐작대로 山西面이었는데, 그 기준이 되는 산이 어느 산인지 궁금했다. 팔공산하면 대구와 경북의 경계에 있는 팔공산이 유명하지만 이곳 장수군에도 그에 못지 않은 높이의 팔공산(1151m)이 있어서 그 산을 기준으로 서쪽에 있다고 했는가? 나름대로 상상을 펼쳐보지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산서면내로 들어설 때의 시간은 오후 다섯 시. 이런 속도로 가다간 정말 언제 도착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이제 왠만하면 모두 패스하고 직진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나 이내 두 개의 저수지가 나란히 붙어서 또 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너무 빨리 지방도에서 벗어나 초장 마을길로 들어섰다가 좁은 길을 돌아나와 저수지로 향하느라 애를 먹었다. 좀 더 느긋하게 저수지 바로 아래에서 우회전하여 들어갔다면 수월했을 것인데, 경험이 쌓이면 실수도 그만큼 줄 것이다. 저수지로 가는 정확한 길을 찾는 것은 상당한 난제이고 저수지에 도달하고 나서야 제대로 된 길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더라도 그 간의 경험은 몇 가지 노하우를 나에게 전해주었다. [오산제]와 [초압저수지(초장저수지)]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있었는데, 주변 야산과 잘 어울어져 정겨운 풍경을 선사했다. 

 

 

초압저수지 위로 비치는 늦은 오후의 햇살. 역광이라 사진이 어둡게 나오는데 이걸 보완할 방법을 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날은 햇살도 좋고 기온도 낮지 않았지만 바람이 꽤 많이 불었다. 

 

모르는 사이에 장수군에서 임실군으로 넘어가고 도로 옆으로 일자형의 꽤 큰 저수지가 눈에 들어와 주차를 하고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그 다음 제방 쪽으로 가서 안내판을 보니 [오봉저수지]였다. 나는 인터넷에서 이 저수지의 모양이 독특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저수지 전체를 한꺼번에 조망하기는 힘들어도 규모도 상당했다(만수면적 46.6헥타르). 그 다음엔 왕방교를 건너 태조로(왕건과 이성계, 두 사람 모두 인근의 성수산에서 백일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쪽에서도 저수지를 담아보았다. 카카오맵으로 조사를 해보니 '오봉'이라는 이름을 가진 저수지가 전국에 열 군데 이상 있는데, 이제 세 곳을 탐방했다. 김천의 오봉저수지는 만수면적이 이곳 임실의 오봉저수지와 비슷하다. 데크길이 잘 마련되어 있고 인근 금오산의 풍광도 좋으나, 수질이 많이 오염된 것이 문제이다. 강릉의 오봉저수지는 사행천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어서 저수지 모양이 상당히 복잡하며 만수면적도 86헥타르로 상당한 규모이다. 거기다 이 저수지는 강릉시의 취수원 역할도 하고 있어서 물도 맑다. 작년 12월에 이곳을 찾았는데 아직 블로그에 올리지 못했다. 

왕방교를 건넌 김에 태조로를 따라 올라갔더니 [북치제]라는 소류지가 하나 나왔다. 사로 때문에 제방으로 갈 수가 없어서 도로에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태조로 고개를 넘어 내려가다가 성수산길과 만나는 곳에서 좌회전을 하자 맑고 꽤 큰 저수지가 날이 저물어 가는 가운데 나를 반겼다. 이 [성남저수지]를 사진에 담은 시각이 여섯 시 반. 

주위가 어둠에 차츰 잠기고 [구이저수지]는 내일로 기약하며 차를 몰아갔다. 성수산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30번 국도 임진로에서 좌회전한 뒤, 성수면을 지나, 다시 17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갔다. [구이저수지]가 전주에서 멀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전주에서 일박을 하고 구이로 향하기로 했다. 

내비에서 숙박시설을 검색해보니 호텔이 하나 떠서 일단 그곳으로 향했다. 동부대로 쪽으로 우회전해서 나아가자 왼편에 상당히 큰 저수지가 또 하나 보였다. 전주 시내에 있는 저수지라 더욱 그랬다. 다음 날 아침에 찾기로 하고 호텔로 향했는데, 저수지 바로 근처였고, 그곳은 숙박시설 밀집지역이었다. [자우리]라는 호텔에 숙박을 정하고 점심도 거른 배를 채우러 식당으로 향했다. 돌솥비빔밥을 한 그릇 시켰는데 별로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다. 주변을 좀 산책할까 했으나 저녁이 깊어감에 따라 기온이 급강하해서 얼른 호텔로 돌아와 텔레비전을 좀 시청하고,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을 좀 읽다가 잠으로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