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백령도(둘째 날 2)[20220228-0302](과연 두무진)
[백령중고등학교]를 지나 두무진으로 향하는데, 군부대들이 눈에 띄었다. 해병대, 해군, 공군 등 육군을 제외하고는 모든 부대들이 들어와 있는 듯했고, 북포리라는 곳은 면사무소가 있는 진촌리에 버금가게 인구 밀집도가 높아 보였다. 두무진에 도착하니 날도 활짝 개였고 파란 바다가 먼저 나를 맞아주었다.
1997년에 국가 명승지로 지정된 두무진(頭武津)은 "뾰족한 바위들이 모여 장군의 머리와 같은 모습을 이루었다"는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결항으로 배가 뜨지 못해서인지 코로나 상황이 좋지 못해서인지 관광객은 거의 없었고, 또 시간이 좀 이른 편이어서 그런지 식당들도 문을 열지 않았다.
언덕을 올라서자 기암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바위 이름들을 하나하나 설명해놓은 것이 아니라 이름을 알기가 쉽지는 않다.
나무계단을 타고 바다쪽으로 내려가면서 사진을 찍었다.
바람이 세니 당연히 파도도 거칠었다.
다시 계단을 올라 다른 쪽으로 넘어갔다. 해안에서 다른 쪽으로 넘어가는 곳이 있는 듯도 한데 워낙 파도가 심해 조심 또 조심이 상책이었다.
이 부근에서는 파도에 밀려온 물거품이 비누거품처럼 부풀어 있었고, 이 거품들이 공중에 부유하는 모습은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한 특이한 현상이었다. 이날 나는 이 두무진 해안가에서 두 명, 그리고 절벽 위로 난 산길에서 한 명, 도합 세 명을 만났다.
계단을 올라와 절벽 옆 산길을 따라 걸어나갔다. 아마도 예전에 군인들이 경계를 설 때 이동하던 통로인 듯했다.
절경을 대하고 나자 기분이 저절로 좋아졌고, 덩달아 요통에도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통증이 약화되기도 했다). 산길을 꽤 많이 걸어나가자 길이 내리막이 되었다. 나는 그 길이 포구로 이어지는 길은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가졌다. 그런데, 그때 아래에서 어떤분이 올라와 그분에게 물어보니 길이 부대로 이어진다고 했다. 헛걸음을 안 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발걸음을 돌렸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이분은 근무지가 이곳 백령도라 휴일에는 섬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고 했다. 이날도 산길을 개척(?)하려다가 길이 없다는 것만 알게 된 셈이었다. 내가 백령도의 좋은 곳을 묻자, 끝섬전망대, 그리고 대만의 예류지질공원을 연상시키는 현무암 지대(정확한 명칭은 감람암포획 현무암 분포지), 심청각(거긴 갔다 왔어요), 사곶해수욕장, 콩돌 해안, 용트림 바위 등을 추천해 주었다. 용트림 바위에서 보는 노을이 좋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분의 말을 듣고 나니 찾아가야 할 곳이 좀더 구체화되었다. 나는 이분과 포구까지 동행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중간에 이분이 한 번 넘어졌다가 일어나더니만 오지 않아서 혼자 포구로 향했다.
경치에 취해 별다른 생각을 못했지만, 사실 두무진의 웅장함은 유람선을 타고 나가 해상에서 볼 때 더 잘 드러난다는 걸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어쨌거나 이날은 바람이 강해 유람선이 뜰 수 없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유람선을 탈 사람이 없어서 해상에서 두무진을 보는 것이 불가능했던 상황으로 보인다(나는 이 당시에는 그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그 아쉬움을 인터넷에서 가져온 몇 장의 사진으로 달래본다.
혹자는 이 두무진이 홍도의 기암괴석과 부산 태종대의 해안절벽을 합쳐 놓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내 생각에 우리나라에는 명승이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곳이 여럿 있지만, 이 두무진도 그 웅장함과 빼어남에 있어서 손색이 없는 곳이다. 두무진을 뒤로 하고 다음 목적지인 [백령호]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