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여는 말

코플스턴의 [서양철학사]를 읽어나가다

길철현 2022. 6. 10. 10:17

언제 끝낼 수 있을지, 아니 그보다는 중도에 포기하기가 십상이겠으나, 요즈음 아홉 권으로 된 코플스턴의 [서양철학사]를 읽어나가고 있다. 이 책은 코플스턴이 1946년부터 1975년까지 20년에 걸쳐 출간한 대작으로 마지막 권을 기준으로 하여도 50년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서양철학사]의 표준 내지는 기준이 되고 있는 듯하다(21세기에 들어와서 이 책은 그가 쓴 다른 두 권의 책과 합쳐져 11권으로 발간되고 있다). 영문학을 전공한 때문에 아무래도 서양 학문에 익숙한 탓이겠으나, 20세기 후반부터 서양 중심의 사고 체계에 대한 반성이 없지 않은 가운데에도 이 책은 중구난방인 내 철학 공부에 어느 정도 준거점을 마련해줄 듯하다(내 박사과정 지도 교수님은 은퇴 후 [주역]을 읽고 그 책의 핵심을 추려서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는데, 동양 철학에 대한 공부는 좀 더 시간이 지나야 할 것이다). 이 철학사 중 한 권 반, 그러니까 5권인 [영국경험론](Hobbes to Hume)과 6권 [Wolff to Kant] 중 [칸트] 부분만 단행본으로 나왔는데, 이 둘은 이미 번역으로 읽었다.

 

내 공부가 체계적이지 못하고 그때 그때의 필요에 따라 읽은 것들이 태반이지만, 그래도 [정신분석] 관련 서적은 꽤 많이 읽은 편이고, 석사 논문도 마가릿 말러의 [분리 개별화 이론]을 바탕으로 해서 썼다. 거기다 최병건 선생님에게 수업도 많이 들어 나름대로 생각이 없진 않다. 그 핵심 중의 하나는 의식 중심으로 돌아가는 우리 삶의 밑바탕에 있는 무의식이 어떻게 우리의 의식을 조종하는가를 살피는 것이리라. 철학과 정신분석은 어떻게 보면 대척점에 있다고도 할 수 있으나, 쇼펜하우어나 니체의 등장으로 정신분석으로 나아가는 길이 어느 정도는 마련되어 있었다고 한다면 현재는 혼융상태가 아닌가 한다. 

 

무력증이 닥치면 또 어쩔 수 없는 노릇이겠으나 될 수 있으면 하루에 한 시간 정도 꾸준히 읽어나가도록 하자. 문학과 철학과 정신분석이 내 머리의 상당 부분을 채우고 있는데, 혼란스러운 대로 그것에 질서를 부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