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호수행

천장호[천장저수지, 충남 청양군 정산면 천장리](20220825-8)

길철현 2022. 11. 12. 18:34

[소개] 청양군은 톡 쏘는 맛이 입안을 얼얼하게 하는 청양 고추로, 또 도립공원인 칠갑산으로 유명한데, 칠갑산 자락에 위치한 이 천장호도 청양이 자랑하는 명소 중의 하나이다. 천장호는 1979년 7년의 공사 끝에 준공되었으며, 만수면적은 24.1헥타르이다. 만수면적을 두고 볼 때 그리 크지는 않은데, 소금쟁이 고개가 있는 부분이 저수지 쪽으로 좁고 길게 밀고 나가 전체를 조망하기 힘들게 하고 저수지 전체에 신비감을 준다(실제로는 초평저수지처럼 사행천의 형태를 간직한 저수지이다). 물이 맑고 저수지와 주변 경관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거기다 2009년에 완공한 저수지 중간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는 물 위를 가로지르며 저수지를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

[두산백과] 면적 1,200ha로, 칠갑산 동쪽 대치(한티)에서 흐르는 개울을 막아 7년간의 공사를 거쳐 1979년 관개저수지로 축조되었다. 칠갑산자연휴양림에서 11㎞ 떨어진 칠갑산 산등성이에 자리잡고 있으며, 깨끗한 수면과 빼어난 주변 경관이 어우러져 청양명승 10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른 봄이면 빙어를 낚는 낚시꾼들로 붐비며, 산등성이에 정자가 있어 호수의 경관을 내려다볼 수 있다. 청양 시내버스터미널에서 버스가 운행되며,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천안 인터체인지로 빠져나와 예산 방면으로 가면 된다.

[탐방기] 이 저수지는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지만 나희덕의 시에서 먼저 접했다.

천장호에서 / 나희덕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것도 아무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가닿을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안타까움과 서러움이 절절한 이 시에서 연상되는 천장호는 산 중에 있는 작은 호수였는데, 실제의 천장호는 작지 않은 저수지였고, 또 청양에서는 명소로 손꼽히는 그런 곳이었다. 언제 이 저수지가 청양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저수지 이야기가 나왔고, 그는 이 저수지를 상당히 큰 저수지로 기억하고 있었다. 지도에서 확인해 본 결과 실제로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좁고 그 끝이 안 보이는 저수지라 느낌상으로는 상당히 크게 다가올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다. 아마도 그 때 이 저수지의 위치를 확인했고, 또 찾아가보아야 겠다고 마음을 먹은 듯하다.

수질 관리가 잘 되어 있고, 출렁다리와 둘레길 등으로 손에 꼽을 만한 저수지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저수지를 한 바퀴 다 돌 수 있는 방식이 아닌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명소답게 평일인데도 찾은 사람이 꽤 많았고, 그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출렁다리를 건너, 저수지 상부로 또 제방 쪽으로 부지런히 오르내렸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출렁다리를 향해 내리막길을 좀 내려가야 했다.

1979년에 나온 [칠갑산]은, 1989년 주병선이 리메이크하면서 크게 히트했다. 가사의 첫 부분을 인용하여 '콩밭매는 아낙네상'이라고 써놓았는데, 원래 작품명은 향수이다. 이원용의 작품으로 '본 작품은 고된 밭일을 하다 이마의 닦는 아낙네가 잠시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조형적으로 재구성하여 표현한 작품이다'(2012.10. 10)라는 해설이 붙어있다.
황룡정, 키큰 나무들 때문에 저수지를 조망하긴 어렵다.
제방 쪽
상부
출렁다리 가는 길
이 고개 주변의 상당부분은 저수지의 축조로 물에 잠겼다.

천장호를 노래한 시와 청양을 노래한 시들이 천장호 주변에는 많이 있다.
이 노래의 노랫말에도 천장호의 출렁다리가 나온다
수면 위에 설치된 가장 긴 출렁다리(207m, 2017년), 2019년 개통된 예당호 출렁다리는 402m. 챔피언의 영예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출렁다리를 건너 저수지 좌측(제방 기준)을 따라 상부로 올라갔다.

나도 '쓴다 쓰고 또 쓴다'라고 쓰고 접어서 함에 넣었던가? 함이 있었나?

이 지점에서 저수지는 끝이 나고 마치리로 이어졌다.

나는 소원바위길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이 힘겨워 다시 저수지 옆 둘레길을 따라 돌아왔다.

소원바위길로 이어지는 등산로

출렁다리가 끝나는 지점 호랑이와 황룡의 그림이 있는 곳을 지나 제방쪽으로 향했다.

호랑이 모습이 제법 실감이 난다.
데크길을 걸어가는데 도토리들이 이따끔씩 떨어져 내리며 토도독 소리를 냈다.
안타깝게도 제방으로 가는 길은 닫혀있었다.
알프스 갤러리로 이어지는 하늘 길
칠갑산에는 여러 개의 등산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