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 및 감상/김광규

김광규 - 시를 읽는 사람들

길철현 2023. 8. 28. 20:46

멧새들 지저귀는 영롱한 소리

가을바람 빗소리에 귀 기울이며

홀로 생각에 잠기던 사람

 

해넘이 수평선 바라보다가

밤하늘 반짝이는 별들 헤아리고

잎 떨어진 갈잎나무 사랑하던 사람

 

이슥하도록 서재에 불 밝히며

짧은 글 몇 편 남기고

소리 없이 사라진 사람

 

수만 명 떼 지어 주먹 불끈 쥐고

부르짖는 시청 광장 가로질러

혼자서 고개 숙이고 걸어간 사람

 

우리는 그를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묻고 싶구나 그대들에게

시를 읽는 사람들이여

 

"그저께 보낸 메일". 문학과지성사.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