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 및 감상/김광규

김광규 - 능소화

길철현 2024. 9. 3. 08:47

능소화

             김광규

 

7월의 오후 골목길

어디선가 해피 버스데이 노래를

서투르게 흉내 내는

바이올린 소리

누군가 내 머리를 살짝 건드린다

담 너머 대추나무를 기어올라가면서 

나를 돌아다보는

능소화의 

주황색 손길

어른을 쳐다보는 아기의

무구한 눈길 같은

 

김광규. [하루 또 하루]. 문지. 2011. 16.

 

- 조용히 화자를 건드리는 능소화. 김광규의 '능소화'는 한 세계가 시끄럽게 창조되고 있는 김선우의 '능소화'와 잘 대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