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서울을 떠나며

길철현 2024. 11. 22. 19:09

납덩이 하나 삼킨 가슴으로

너로부터 멀어지면 녹아 사라지리란

헛된 간절한 소망으로

낯선 도시로 떠나는 막차에 

몸을 싣는다

 

젖은 차창 밖으로

젖은 불빛들 하나둘 성기어 갈 때

사랑한다는 말의 의미도 모른 채

너를 사랑하고만

추락할 수밖에 없었던 나의 외줄타기를

멀어질수록 또렷해지는  네 모습 너머로

되새겨 본다

 

인경의 북소리 울려 굳게 닫힌 성문 밖에서

헛되이 두드리던 문고리

귀가하는 네 뒷모습이나 보려 서성이던 

쌍문동 그 골목길 

 

내 아픔이 이 빗물이나 되어

너의 높은 이마, 눈, 코, 자그마한 입술

혹은 심장이나 손 또는 발

그 어느 한 곳이라도 적실 수 있다면

 

                                                   (19931230)

                                                   (2024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