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좋은 시 나쁜 시
길철현
2025. 4. 21. 09:54
좋은 시만 시인가
나쁜 시도 시이다
기실 좋은 시 나쁜 시는커녕
시가 무엇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시는 너일 수도 있고
그/녀일 수도 있다
심지어 밥이나 똥일 수도
어젯밤 삼겹살에 곁들여 마신 쐬주
그게 아니라면 개나 소나무
혹 방금 내비에 뜬 지당지,
그 다음 소금정지
이딴 건 시도 아니야 부르짖는 놈/년은
코가 하늘을 찌를 기세
그렇다, 시는 하늘이고 바다이고 땅
죽은 친구가 묻힌 묘원
차의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옛 노래
흐릿하고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아무래도 괜찮아와
아무것도 되는 게 없어가 조우하는
묘점
결국 시는 돌고돌아 나?
급한 소식이 왔다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는 멕시코 출신의 Los Tres Diamantes가 발표한 Luna Liena(만월)를 블루벨즈가 1969년 번안할 때 붙인 제목이다. 김광규, 안도현을 비롯하여 여러 시인들이 이 제목으로 시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