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컬러. <소쉬르>. 이종인. 시공사(1998)[Jonathan Culler. Ferdinand de Saussure. Cornell(1986) 7
신문법학파(The Neogrammarians)
100) 소쉬르는 언어학이 제대로 된 주춧돌을 놓기 시작한 것은 1870년경이라고 말함.
1. 지금은 '신문법학자'라고 알려진 일단의 언어학자들이 소리의 법칙(음성 법칙 sound laws)이 예외 없이 발생한다고 주장(예전에는 많은 경우에는 적용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상응(소리의 상호 유사성)을 다루었다).
-- 헤르만 오스토프(Hermann Ostoff)와 카를 브루크만
모든 음성 변화는, 기계적으로 발생하는 한에는,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법칙에 따라 생긴다. 다시 말해 음성 변화의 방향은 언어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에게 있어서 항상 동일하다(단 방언으로 갈라질 경우에는 예외이다). 음성 변화(the sound subjected to the change)가 동일한 관계 속에서 발생한 모든 단어들은 예외 없이 변화에 영향을 받았다.
101) 예외 없이 (음성) 변화가 일어난다는 원칙은 아주 중요한데, 음성 변화의 절대적인 성질은 기호의 자의적인 성질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기호가 자의적이기 때문에 음성 변화가 그 소리의 모든 경우에 적용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소리가 동기 부여되었다면(소리의 변화에 의도가 있다면[단어가 자의적인 기호가 아니라 합리적인 바탕을 가지고 있고, 원시적인 기호와의 유사성(resemblance)에 의해 동기 부여가 된다면]) 저항과 예외가 따를 것이다(이 점을 소쉬르가 정확히 이해했다). 변화는 기호 자체에 직접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소리,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특정 환경 내에서의 소리에 적용되기 때문에 예외가 없는 것이다. 소쉬르는 이 상황을 비유적으로 피아노 건반의 조율이 너무 조여져 있거나 느슨하게 되어 있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이 경우 연주시 틀린 음정이 많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세 번째 마디의 첫째 음표(note), 네 번째 마디의 둘째 음표, 여섯 번째 마디의 첫째 음표 등등이 모두 바뀌었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리라. 이들 변화는 모두 실현 체계에 있어서의 하나의 변화의 결과(조율의 잘못)이다. "소리의 체계는 우리 언어의 단어를 분절하는 도구이다. 이 요소들 중 하나가 수정되면, 그 결과는 매우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이 현상 자체가 연주곡의 멜로디(곡조)인 단어와는 관련이 없다."(<강의> 134) [소리의 변화가 단어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102) 2. "비교 연구의 결과가 역사적 연쇄로 편입"되었고, 언어학자들은 비교 연구의 결과를 유일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역사적 연쇄를 자세히 구성하려 했다(엥글러 17). 소쉬르 자신도 1878년에 발표한 <인도유럽어의 원시모음 체계에 관한 논문>으로 역사적 언어학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그는 순전히 형태적 분석을 통해 오늘날 인도유럽어의 후두음(성문음 - 성대 자체에서 나는 소리 /h/)이라고 알려져 있는 음소를 발견했다.
(103) 그릇된 유추 : 신문법학자들은 선배 언어학자들이 '그릇된 유추'로 인식한 현상이 경멸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언어 진화에 있어서, 특히 소리 변화의 효과에 평형추 역할을 하는 것(counterbalance)으로써,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소쉬르는 이걸 높이 평가함). (예: honor의 경우 honos가 그릇된 유추로 honor가 됨)
(104) 신문법학자들은 이 과정(유추)이 언어를 재구조화하는데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최초로 알아 낸 학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의 진정한 본질에 대해서는 착각을 해 공시적 측면과 통시적 측면을 혼동했다(<강의> 224). 소쉬르는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것은 공시적 현상으로 결합 가능성을 창조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비견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예 : marketeer <-- profiteer) 소쉬르에게 있어서 형태적 결합과 통사적 조합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고, 이런 종류의 새로운 구성은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과 유사하고 언어에 있어서 중요한 변화의 예는 아니었다. 신문법학자들은 역사적 관점에 너무 치중하여 그들이 연구하던 현상의 체계적이고 문법적인 (그러니까 근본적으로 공시적인) 성질을 인식하지 못했다.
(105) 소쉬르 동시대 언어학자들의 진정한 결함 -- 그들이 연구하는 것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지 않음.
1. 언어 자체와 그 개별적인 형태의 본질에 대한 질문
2. 공시태와 통시태 둘 다에 있어서 언어학적인 동일성(정체성 identity)에 대한 중요한 방법적 질문
-- 신문법학자들이 이것을 할 수 없었던 것은 언어학의 바탕으로 재현을 폐기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기호의 문제를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 소쉬르는 기호와 기호의 성격을 깊이 천착해야만 언어의 기능적 · 비기능적 측면을 구분할 수 있고, 언어 단위의 적절한 관계적 개념을 획득할 수 있다고 보았다.
-- 신문법학자들의 주된 관심사는 기호가 아니라 형태였다. 어떤 조건에서 언어 형태가 지식의 대상이 되고 연구의 주요 제재(material)가 되는가가 주된 관심사라면 그게 바로 신문법학자의 핵심적인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106) 신문법학자들은 생물학적 비유가 본질적으로 신비적이라는 이유로 포기했지만, 그 비유를 지탱시킨 두 가지 전제 조건은 유지
1. 재현의 문제를 등한시 함.
2. 언어학은 역사적 지속성에 바탕을 두어야 하고 역사적 진화를 분석해야 한다는 가정.
(소쉬르는 역사적 연속성이라는 개념을 수상쩍게 여겼고, 형태의 역사적 진화에 집중하게 되면 언어적 기능의 문제를 오해하고 등한시하기 십상이라는 걸 꿰뚫어 봄)
-- 윌리엄 드와이트 휘트니(William Dwight Whitney)가 기호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
1. 언어는 사실상 (사회적 규약에 바탕을 둔) 하나의 제도(institution)이다.
2. 언어는 특정 공동체에서 통용되는 용례의 덩어리이다.
3. 언어는 단어와 형태의 보고인데, 그 각각은 자의적이고 규약적인 기호이다.
(소쉬르는 "그가 언어학을 제 궤도에 올려놓았다"(<강의> 110)고 말했다.
107) 휘트니의 미진한 점
휘트니는 이 새로운 관점의 연쇄나 함의를 깨닫지 못하고, 여전히 언어학은 역사적 과학이어야 한다고 주장. 언어학의 임무는 원인을 찾아내어, 왜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봄. 그는 공시 언어학의 임무를 아주 과소평가하여, "언어의 현상, 그러니까 단어, 형태, 규칙, 용례에 대한 단순한 이해와 설명이 문법학자와 사전편찬자의 일이다"라고 썼다. 그는 소쉬르가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던 언어적 단위의 정의와 동일성, 관계적 성질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고, (언어학의) 근간(foundations)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거의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 이폴리트 텐(Hippolyte Taine)의 영향이 더욱 중요 : 그는 <지성론>에서 기호가 세상을 지각할 수 있고 인지할 수(perceptible and intelligible)있게 만드는 것이라는 점에 초점을 마추었다.
(한스 아르슬레프 : 이 책은 물리적 사건과 심리적 사건이 "표면의 앞과 뒤처럼" 연관되어 있다는 유추는 물론 "소쉬르 기호 이론의 모든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 텐은 또 콩디야크의 유산을 부활시켜 소쉬르로 하여금 기호의 문제로 돌아가도록 영감을 주고, 다시 한 번 언어학의 기초를 역사보다는 재현에 둘 때 관련 있는 것과 관련 없는 것, 기능적인 것과 비기능적인 것을 구분할 수 있게 해준다는 보게 해주었다.
[언어학의 본질은 역사가 아니라 기호와 재현]
(108) 소쉬르와 18세기 언어학의 차이점
언어학은 18세기 철학적 어원학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더 이상 재현의 연속성(일련의 모든 형태를 꿰뚫는 공통된 본질적 의미)에 바탕을 두지 않고, 그 반대로 불연속성이 재현의 토대가 될 터였다. 의미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만 의미들이 존재하고, 이러한 의미의 치이로 인해 형태를 분절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형태는 재현적 혹은 역사적 지속성의 유지 때문이 아니라 언어 내에서의 차별적 기능에 의해서 인식될 수 있다. 즉 구분할 수 있고 구분되는 의미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에 기대고 있다.
소쉬르가 이 근본적인 통찰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언어(language)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구체적 언어(a language)에 대한 질문이 더욱 기본적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언어학이 구체적 언어의 체계인 랑그(la langue)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강조).
1. 의미는 체계 내 의미의 차이에 의존한다. 의미의 차이를 통해서만 형태와 규정 짓는 기능적 특성을 규명할 수 있다.
2. 형태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계와 차이의 체계를 분석함으로써 정립되어야 한다.
재현을 다시 끌어들이면서도 그것의 불연속성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소쉬르는 현대사상의 기초를 놓는데 일조를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