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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플라톤 (Plato)

크세노폰, 소크라테스의 회상, 최혁순, 범우사

by 길철현 2019. 2. 11.

#크세노폰, 소크라테스의 회상, 최혁순, 범우사


<감상>

러셀이 크세노폰의 이 책을 두고 현명한 사람이 한 말에 관한 어리석은 사람의 기록은 정확하지 못하다. 그러므로 크세노폰의 말이 철학상의 어려운 점에 관해 언급할 경우,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이 책 13, [서양 철학사]에 나옴)”라고 말하는 것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러셀의 말이 그의 엘리티시즘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러셀의 지적이 지나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언더스테이트먼트라고 생각이 든다.

단정적으로 말하자면 누군가의 말(코라 메이손?)처럼, 이 책에 묘사된 소크라테스는 평범한 사람, 아니면 진부한 도덕가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 관계, 세상살이에서 지켜야할 기본적인 원칙, 금욕 등을 지당한 말로 풀어놓고 있는 것이다. 현실에서의 갈등은 언제나 원칙들의 충돌으로 일어나는 것인데, 그 점을 이 책의 저자는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크세노폰이 묘사하고 있는 소크라테스는 진부한 도덕 군자로 보인다는 점에서, 플라톤이 묘사하고 있는 산파술의 명인이자, 위대한 철학가인 소크라테스는 러셀의 말처럼 왜곡되고 말았다고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이다.

 

(발췌)

*소장에 씌어진 것처럼 그는 신을 믿지 않기는커녕 만인에 앞장 서서 신을 봉제(奉祭)한 일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고발자가 비난한 것처럼 청년을 부패시키기는커녕 세상 사람이 알다시피 제자들 중에서 나쁜 생각을 품은 자에게는 이러한 생각을 버리게 하고, 최고의 미와 최대의 금도(襟度)를 함양하며, 이로써 국가 및 가정의 훌륭한 일원이 될 것을 고취했던 것이다. (42)

*“그러면 신이 인간의 일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첫째로, 신은 모든 생물 중에서 인간만을 똑바로 서게 하셨다. 신은 인간을 직립케 하여 한층 멀리까지 볼 수 있게 하고, 위쪽에 있는 물건을 한층 잘 볼 수 있게 했으며, 잘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하셨다. 둘째로, 다른 기어다니는 것들에게는 발이라는 단순히 걷는 일밖에 못하는 것을 주었는데, 인간에게는 게다가 손이라는 것을 주셔서 이 손으로 해서 우리들은 그들보다도 행복한 일체의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더욱이 모든 생물은 혀를 가지고 있지만 오직 인간의 혀만이 입안의 여러 장소에 닿아 음성을 내어 여러 가지 생각을 서로 전할 수 있도록 했다(또 성적 쾌락도 다른 생물에는 일정한 계절에 국한되지만, 우리들에게는 단속(斷續) 없이 노경(老境)에 이를 때까지 이것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신은 단순히 육체에 대한 걱정만으로 만족하시지 않고 가장 우수한 영혼을 사람에게 심어 주신 것이다. 무엇보다도 다른 어떠한 생물에게 혼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광대하고 장려한 만상을 조영(造營)한 신들의 존재를 알 수가 있는가? 인간 외에 어떠한 종속이 신들에게 제사 지내는가? 그리고 어떠한 혼이 인간의 혼 이상으로 굶주림*목마름*추위*더위에 대한 준비를 하거나, 병을 고치고 체력을 단련하거나, 지식의 획득에 노력하거나, 혹은 듣고 보며 배우는 일을 정확하게 기억하며 행하는 일을 할 수 있는가? 다른 생물과 비교해서 인간은 신처럼 생활하고, 그 태생에 있어서 신체도 혼도 훨씬 탁월하다는 것을 자네는 한눈으로 알 수 없다는 것인가? (50-1) [소크라테스가 아리스토데모스에게]

*모든 만물이 그 목적을 훌륭히 이룬다면 아름답고 선한 것이지만 서투르게 되어 있으면 추하고 악하기 때문이네. (146)

*나는 그 밖의 모든 다른 사항에 있어서 인간은 선천적으로 서로 다르지만 훈련에 의해서 매우 발전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네. 이것으로 분명하게 알 수 있듯이 선천적으로 준수한 자도 또 우둔한 자도 모두 자기가 탁월하고자 원하는 사물을 배우고 또 연마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세. (148)

*어떤 사람이 그에게 인간 최상의 중요한 임무는 무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좋은 생활이다라고 대답했다. (151)

*중요한 일에 정진하는 데 무자제력보다도 더 방해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211)

*자네는 설마 모를 리 없겠지만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나는 나보다 낫게, 나보다 즐겁게 생애를 보낸 인간이 있다고는 인정하지 않네. 왜냐하면 나는 가능한 한 선한 인간이 되려고 최선을 다하는 자가 최선의 생애를 보내고, 전보다도 한층 더 선한 사람이 되었다고 자각하고 있는 자가 가장 즐거운 생애를 보내는 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일세. (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