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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328

김광규 - 물 길 물 길 김광규 언젠가 왔던 길을 누가 물보다 잘 기억하겠나 아무리 재주껏 가리고 깊숙이 숨겨놓아도 물은 어김없이 찾아와 자기의 몸을 담아보고 자기의 길이를 주장하느니 여보게 억지로 막으려 하지 말게 제 가는 대로 꾸불꾸불 넓고 깊게 물길 터주면 고인 곳마다 시원하고 흐를 때는 아름다운 것을 물과 함께 아니라면 어떻게 먼 길을 갈 수 있겠나 누가 혼자 살 수 있겠나 김광규. "물 길". 문지. 1994. 56. - 인간의 문명이 자칫 잘못된 길로 나아가는 것과는 달리, 자연의 길은 바람직하다? 2024. 3. 5.
김광규 - 강아지 아지랑이 강아지 아지랑이 김광규 산업도로 한가운데서 처참하게 터져 죽은 강아지 한 마리 그 시체를 하루 종일 자동차 바퀴들이 수없이 밝고 지나간다 개는 메어서 길러야 한다고 말씀하시던 할아버지의 영구차 점심때마다 사철탕집으로 달려가는 백전무의 벤츠 승용차 잃어버린 강아지의 주인 영이가 타고 가는 노선 버스 그리고 덤프 트럭과 컨테이너 화물차들이 조그만 주검을 먼지로 만든다 산업도로 중앙 분리선 위에서 뽀얗게 피어오르는 강아지 아지랑이 김광규. "물 길". 문지. 1994. 20. - 이 시는 첫 시집에 실린 '어린 게의 죽음'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그 시가 구체성이 돋보인다면 이 시는 다소 관념적이다. 우리의 무심함 가운데 스러져 사라져 가는 작은 것에 대한 연민을 담고 있다. 2024. 3. 5.
조남현- 평범과 비범의 표리. 아니리. 문지. 1990. 평문 - 일상에 대한 세밀한 관찰에서 출발하는 김광규의 시의 특징은 이 시집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건정한 상식, 지성, 현실에 대한 비판 등으로 요약될 수 있는 그의 시가 안고 있는 문제점 또한 조남현은 언급을 하고 있다. 대체로 그의 작품들은 그냥 상식이라고 불러도 좋을 인식이나 감정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끝이 나고 있다. 이러한 소재 취향과 창작 방법은 아직까지도 일부 평자들의 비판을 사고 잇는 게 사실이다. 그 대상이 소재이든 이적 인식이든 또는 기법이든 강에 작고 하찮은 것에 대한 그의 남다른 집착과 만족은 간혹 자기 비하의 태도로 연결되기도 한다. (109) 쉽게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자칫 너무 밋밋한 것 아닌가, 하는 김광규 시에 대한 답답함 또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 발췌 106) [김광.. 2024. 2. 26.
김광규 - 아니리 4 아니리 4 김광규 세상 돌아가는 꼴 입맛 써서 못 보겠네 쓸 만한 인물들 모두 죽었고 똑똑한 사람들 눈치만 밝아지고 못된 놈들 내노라 하고 설쳐대니 어디 마음 나눌 친구 한명 있나 세상이 바뀌든가 아니면 보기 싫은 것들 몽땅 사라지든가 하기를 오랫동안 바라왔지 그러나 달라진 것 하나도 없고 이제는 온 세상 모든 사람이 오히려 나를 못마땅히 여겨 손가락질한다니 바뀌든가 아니면 사라지든가 해야 할 사람이 바로 나란 말인가 김광규. "아니리". 문지. 1990. 63. ---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세상에 대한 탄식과 그러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것의 힘겨움. 2024. 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