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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328

김광규 - 채석장에서 채석장에서 김광규 이 채석장은 자리를 잘 잡았다. 산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바위로 된 돌산을 벌써 20년째 깎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다이나마이트를 터뜨릴 때마다 근처 일대의 지반이 온통 흔들리는 것으로 보아, 저 둘산이 얼마나 깊은 뿌리를 가졌 는지 도저히 헤아릴 바가 없다. 돌을 캐냄에 따라 채석장은 이제 덤프트럭 10대가 한꺼번 에 드나들 수 있을 만큼 넓어졌고, 돌산의 깎여진 면적도 높 다랗게 드러났다. 바위의 속을 보여 주는 이 단면은 밤중에 도 허옇게 빛을 낸다. 여기서 캐낸 돌은 그만한 그림자를 허공에 남기고, 모양에 따라 석재로 다듬어져서 팔려 가거나, 골재로 가공되어 곳곳 으로 실려 간다. 그리하여 바위다운 모습을 완전히 잃고, 마 침내 돌이 아닌 무엇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채석장의 허연.. 2024. 2. 4.
김광규 - 아니다 그렇지 않다. 문지. 1983. 김광규의 두 번째 시집은 첫 번째 시집에서 그가 보여준 시도들을 이어나가고 있다. 명징한 언어, 산문적 문체, 절제된 감정. 하지만 이 시집에서 충격을 주는 시를 찾기는 쉽지 않다. 2024. 2. 4.
김광규 - 크낙산의 마음 크낙산의 마음 김광규 다시 태어날 수 없어 마음이 무거운 날은 편안한 집을 떠나 산으로 간다 크낙산 마루턱에 올라서면 세상은 온통 제멋대로 널려진 바위와 우거진 수풀 너울대는 굴참나뭇잎 사이로 삵괭이 한 마리 지나가고 썩은 나무 등걸 위에서 햇볕 쪼이는 도마뱀 땅과 하늘을 집삼아 몸만 가지고 넉넉히 살아가는 저 숱한 나무와 짐승들 해마다 죽고 다시 태어나는 꽃과 벌레들이 부러워 호기롭게 야호 외쳐 보지만 산에는 주인이 없어 나그네 목소리만 되돌아올 뿐 높은 봉우리에 올라가도 깊은 골짜기에 내려가도 산에는 아무런 중심이 없어 어디서나 멧새들 지저귀는 소리 여울에 섞여 흘러가고 짙푸른 숲의 냄새 서늘하게 피어오른다 나뭇가지에 사뿐히 내려앉을 수 없고 바위 틈에 엎드려 잠잘 수 없고 낙엽과 함께 썩어 버릴 수.. 2024. 2. 4.
김우창 - 언어적 명징화의 추구: 김광규씨의 시. "아니다 그렇지 않다". 문지. 1983. 평문 김우창은 이 평문을 통해 김광규의 시가 언어적 명징화를 추구하는 가운데, 우리 '시대에 대한 관찰, 삶에 대한 반성, 정치와 역사에 대한 고찰들'이 지혜를 담고 있음을 지적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시에 '따분하고 상투적인 부분들이 있'다는 것도 지적하고 있다. '객관적 서술'과 '지적인 통제' 등이 김광규의 '시적 문체의 특징'이며 그의 문체는 한국시의 주된 흐름에 대해 '반대 명제를 제시'하고 있음도 말하고 있다. 김광규의 시가 우리 시를 더욱 풍부하게 한 면도 있지만 그의 산문적인 시가 항상 성공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때로는 '따분하고 상투적'이라는 점은 그의 시를 읽을 때 가끔씩 느끼게 되는 것이라 더욱 와 닿는다. - 발췌 117) 그것이 한국 현대시의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구획선이 될 것인.. 2024.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