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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재인폭포60

[재인폭포 시편] 재인폭포에서 - 현감의 독백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일장춘몽만 같다 사태가 그토록 걷잡을 수 없이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아니 막무가내로 떨어져 내리는 폭포마냥 그렇게 되고만 것이 모두 내 탓이라고 혹은 내 탓이 아니라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경서에 이르기를 시위를 떠난 화살은 누구도 잡을 수 없다고 했던가? 모든 일은 억누를 수 없는 욕망의 소산인가? 인간 동물로 살아가는 무늬인가? 뭍사람들의 손가락질에도 이제는 무심하다 우리 집안은 조부와 선친 대에 이르러 명망이 약간 수그러들긴 했어도 충청도 지방에서는 모르는 이 없는 권문세가 십육 대 조부께서는 조선의 개국에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지 조부와 선친은 관운이 없으셨는지 대과에 거듭 낙방하시자 집안과 향리의 일을 살피시며 장자인 나에게 기대를 걸었지 삼강오륜을 인륜.. 2023. 9. 7.
[재인폭포 시편] 재인폭포에서 - 재인 아내의 말 서방님하고 나지막이 불러 보지만 이제 서방님은 돌아올 수 없는 곳 염라대왕이 다스리는 저승으로 가버렸지요 아니면 억울하고 원통한 심정에 저승으로도 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고 있나요? 그래도 자꾸만 왜, 하던 그 목소리 들릴 듯하고 길쌈을 하는 내 손을 은근히 잡아줄 것만 같네요 서방님, 서방님은 정말 어디에 있는가요? 서방님과 저는 어릴 적부터 한 마을에서 자라 아무런 스스럼이 없었지요 양반님네들처럼 남녀유별이란 말도 몰랐고요 서방님은 갖바치의 아들 저는 백정의 딸 사람들은 천 것이라고 멸시했지만 배곯지 않은 것만해도 다행이었어요 게다가 동무들과 어울려 봄이면 진달래 개나리 피는 산으로 또 여름 들판 강가에서 놀던 어린 시절엔 웃음소리가 넘쳐 흐르기도 했지요 그리고 서방님은 어릴 적부터 재주가 많았지요 .. 2023. 9. 7.
재인폭포시편 - 재인폭포에서 4 길이 끊어진 곳에 다다르자 물은 기꺼이 제 몸을 던져 스스로 길로 일어선다 (20000101) 2023. 8. 30.
재인폭포 시편 - 재인폭포에서 3 나도 너처럼 걷잡을 수 없이 내던지고 싶다 추락하고 싶다 자유낙하이고 싶다 지칠 줄 모르는 천둥, 물기둥이고 싶다 낙하를 일탈한 흩날리는 물방울이고 싶다 추락을 용솟음치는 마그마이고 싶다 비말로 산산이 부서지고 싶다 바위를 깎아내는 소용돌이이고 싶다 넘실대는 물결이고 싶다 이윽고, 소를 넘어 물길 넘어 땅길마저 넘고 싶다 (19980703) (20040717) 2023.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