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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재인폭포60

재인폭포 7 - 에필로그(20120822) 일찍 눈이 떠지면 아침에 가고, 그렇지 않으면 오후에 상담을 받고 난 다음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전날 탁구를 치러 갔더니 친한 회원 한 명이 생일이라서 어쩔 수 없이 뒤풀이를 가야만 했고, 노래방 가자는 걸 뿌리치고 나오긴 했어도 집에 도착하니 벌써 새벽 두 시가 넘었기 때문에 아침에 일찍 깨지 않는다면 폭포에 다녀오기엔 시간이 빠듯했다. 월계동 집에서 재인폭포까지는 가장 빠른 길로 간다 해도 두 시간은 걸리는 거리였다. 그리고, 폭포에 간다 해도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1킬로 정도 떨어진 곳에서 먼발치로 폭포의 상단부만 간신히 보고 와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만, '재인폭포'라는 이 글을 세상으로(세상이라고 해봐야 내가 가입한 네 군데의 인터넷 카페, 그것도 세 군데는 탁구 모임이라, 대부분 제.. 2023. 8. 23.
재인폭포 6 - 시작 노트에서(20000825) 작년 가을, 동생 간호를 위해 십 개월 가량 대구에 머물렀다. 그러다 서울로 올라올 때,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곧바로 오지 않고, 동해안을 따라 양양까지 가서는 한계령을 넘었다. 그때 처음으로 대승폭포를 보았는데 그 높은 높이에 비해 수량이 적은 것이 매우 아쉬웠다. 내년에 다시 이곳을 찾으리라. 그래서, 내 안의 풀리지 않는 슬픔을 울리라. 내심 이렇게 작정을 했었다. 그리고, 나는 장마가 들기를, 폭우가 쏟아지기만을 기다렸다. 올 유월, 집중호우가 쏟아지리라는 일기예보를 믿고 설악산을 향해 출발했으나, 성급한 시도였다. 대승폭포는 기운찬 물줄기를 허공에 내뿜고 까마득한 벼랑을 따라 떨어져 내리고 있었으나,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올 여름 내내 폭포를 찾아다니는 일은 미진함.. 2023. 8. 23.
재인폭포 5 - 천년의 문 (19991231) -- 아름다움이 꿈이었다는 걸 깨달을 때는 허망함이 우리를 감싼다. 반면에 고통이 꿈이었다는 걸 깨달을 때는 안도감이 찾아온다. 동아리 후배들과 망년회인지 뭔지를 하느라고 밤을 새우고 아침 무렵에야 잠이 들었기 때문에, 일어나자마자 부랴부랴 오긴 했어도, 폭포에 도착했을 때에는 자동차에 달린 시계의 숫자가 이미 오후 네 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짧은 겨울해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각이었다. 의식의 놀음임에도 불구하고 한 천 년이 지나가고 새 천 년이 다가오는 시간의 흐름 위에 자신이 놓여 있다는 사실에 무덤덤할 수만은 없었다. K는 폭포로 가 폭포가 들려주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싶었다. 새 천 년에는 더 큰 슬픔은 없을 것이라고 속삭이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아니 폭포에서 새 천 년을 맞아하고 싶었다. 그러나.. 2023. 8. 21.
재인폭포 4 - 야외 수업(19980516) 자, 여러분 주목하세요. 어이, 거기 키 큰 남학생, 자꾸 옆의 여학생만 쳐다보지 말고 앞쪽의 폭포를 보세요. 그래, 자네 말이야, 자네. 자네, 폭포에 대한 정의를 한 번 내려 보게. 물이 떨어져 내리는 것이라고. 그렇지. 좀 더 덧붙이자면 계곡이나 혹은 강에서 물이 일정 정도 이상의 편차를 두고 수직으로 혹은 수직에 가깝게 흘러내리는 곳이라고 할 수 있지요. 여러분, 내 목소리 잘 들려요? 그래도 지금은 떨어지는 물의 양이 적은 편이라서 이 정도나마 의사소통이 가능하지요. 폭우가 한차례 지나간 다음에 폭포가 온 힘으로 떨어질 때는 그 떨어지는 물소리 때문에 다른 소리는 하나도 안 들릴 정도가 됩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시간이 되면 폭우가 한바탕 지난 다음에 폭포를 한 번 보러 가보세요. 이 재인폭포.. 2023.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