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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129

화금지, 수요일 화요일이나 금요일에 찾아야 마땅할 듯하지만 불의 날이나 쇠의 날보다는 물의 날이 오히려 더 적절해 보이기도 한다 겨울답지 않게 햇살이 따사로와 미세먼지 정도야 애교로 웃어넘기며 두 다리의 힘을 적당히 풀고 돌아본다 남은 생각 하나마저 제방 위에 풀어버리고는 물결이 물넘이를 넘을 듯 말 듯 희롱하는 모습에 잠시 동참하기도 한다 마실 나신 어르신도 목적지에 목마른 차량도 눈에 띄지 않는 정처를 잃어버린 고요가 다리쉼을 하는 이곳 올백으로 한껏 멋을 부린 후티티 한 마리 떠나야 할 시간이 훌쩍 지난 것도 잊어버린 모양이다 * 화금지는 경북 청도군 풍각면 화산리에 위치한 저수지인데, 그 이름은 화산리와 저수지 아래쪽에 위치한 금곡리에서 한 자씩 따왔다. 2024. 1. 25.
저수지가 내 몸을 뚫고 들어와 저수지는 언제부턴가 거기에 있었지 현재도 거기에 존재하고 아마도 당분간은 거기에 있겠지 겨울엔 얼어붙어 죽음보다 고요한 잠을 자기고 하고 세상이 싫어졌나 어디론가 떠나기도 하지만, 내가 직접 임장을 하지 않아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또는 필력이 만갑인 어느 필자의 손 끝에서 용트림이라도 할 듯 수려한 모습을 뽐내지만, 고봉을 오르는 듯 힘겨이 제방에 올라 섰을 때, 하늘과 산과 물이 모두 다 같은 푸른 빛이자 또 동시에 다 다른 푸른 빛일 때, 산을 넘어온 바람이 코끝을 희롱하고 물결은 찰랑찰랑 둑과 힘 겨루기를 하고 인기척에 놀란 오리들이 푸다닥 날개짓을 할 때, 바로 그 때, 바로 그 순간, 저수지는 내 몸을 뚫고 들어와 피를 타고 돌며 소근소근 속삭이는 거야, 2024. 1. 14.
번지 두려움보다 떨어지지 않는 떨어짐의 호기심이 더욱 강렬했다 발이 머리 위로 올라서자 떨어지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잠시 주변을 바라보는 것 손가락을 꼼지락거려 볼 생각은 애시당초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은 이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무한한 자유에 가닿다가 그리하여 죽음은 누군가가 지어낸 거짓이라고 삶 또한 믿을 수 없다고 말들이 뒤엉키다가 분해되다가 문득 내 삶은 시작되기도 전에 죽어나가 떨어졌다는 생각 하나가 2023. 10. 20.
탁구의 길 12 로봇과의 연습을 마치고 탁구를 창조하신 신에게 (인간인가?) 감사와 저주가 뒤섞인 공 하나를 서비스한다 2023.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