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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시/영국시8

셰익스피어 - 죽느냐, 사느냐 : 햄릿의 독백(Shakespeare - To be, or not to be : Hamlet's Soliloquy)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편이 더 고귀한가. 포학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 아래 신음하는 것이, 아니면 고통의 바다에 맞서 무기를 들고 싸우다가 끝장을 보는 것이. 죽는 건 자는 것, 단지 그뿐. 그러니 잠들어 마음의 괴로움과 육신이 물려받아 피할 수 없는 수다한 통증을 끝낸다 하면 그건 간절히 바라야 할 종말이다. 죽는 건 자는 것, 자는 건 아마도 꿈꾸는 것. 아, 그게 함정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인생의 굴레를 떨쳤을 때 죽음의 잠 가운데 어떤 꿈이 찾아올지 돌이켜 본다면, 우리는 잠시 멈출 수밖에 없으며, 길고 긴 삶이란 불행을 이어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누가 견디랴? 세상의 채찍과 멸시, 압제자의 횡포와 세도가의 오만방자, 무시당한 사랑으로 인한 격심한 아픔, 늑장부리는.. 2023. 7. 18.
윌리엄 쿠퍼 - 신은 시골을 만들었다(William Cowper - God Made the Country) 신은 시골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회를 건설했다. 닥쳐오기 마련인 삶의 쓰라린 채찍을 유일하게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선물들, 그러니까 건강과 미덕이 들판과 숲 가운데 가장 풍부하고 또 가장 적게 위협받는다는 게 무에 그리 놀랄 일인가? 마차와 의자가마만 타고 다녀서 권태에 물리는 것 외에는 피로를 모르고, 인공물 외에는 정경을 즐길 줄도 모르는 그대, 그러므로, 그대의 본령에 고이 머물러라. 그대는 오직 거기에서만 빛날지니. 오직 거기에서만 그대와 같은 마음은 해가 되지 않을지니. 나무들 울창한 우리의 숲은 낮에는 생각에 잠긴 채 그 그늘 아래로 걸어가는 산객을 위안하고, 저녁이면 새들이 갖가지 음악을 지저귀는 가운데 잠든 나뭇잎 사이로 은은히 미끄러지는 달빛, 나뭇잎이 원하는 빛은 그뿐이라네. 우리의 부.. 2023. 7. 11.
톰 건 - 달팽이를 생각하며(Thom Gunn - Considering the Snail) 1929 - 2004 달팽이가 초록의 밤사이를 헤치며 나아간다, 물기를 머금은 풀은 무겁고, 또 비가 땅의 어두움을 어둡게 한 곳에서, 달팽이가 만든 밝은 길 위로 풀이 만나기 때문이다. 사냥을 할 땐 창백한 뿔을 간신히 꿈틀거리며 욕망의 숲 속에서 움직인다. 거기 목적에 흠뻑 젖어 다른 아무것도 모르는 달팽이에게 어떤 힘이 작용하고 있는지 나로서는 말할 수 없다. 달팽이의 맹렬함은 무엇일까? 나중에 내가 통로 위의 풀잎들을 헤쳐서 너저분한 것들을 가로지른 가늘고 단속적인 흰 자국들을 보더라도 의도적으로 전진해 나간 그 느린 열정을 결코 상상하지 못했을 거라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전부이다. * 톰 건은 그렇게 유명하지 않은 현대 시인이지만, 테드 휴즈와 함께 동물들에서 강한 힘을 포착해낸 점이 흥미롭다. The .. 2023. 6. 13.
존 던 - 벼룩(John Donne - The Flea) Mark but this flea, and mark in this, How little that which thou deniest me is; Me it sucked first, and now sucks thee, And in this flea our two bloods mingled be; Thou know'st that this cannot be said A sin, or shame, or loss of maidenhead, Yet this enjoys before it woo, And pampered swells with one blood made of two, And this, alas, is more than we would do. Oh stay, three lives in one flea sp.. 2023. 6.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