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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328

김광규 - 달력 달 력 김광규 TV 드라마는 말할 나위도 없고 꾸며낸 이야기가 모두 싫어졌다 억지로 만든 유행가처럼 뻔한 거짓마을 늘어놓는 글도 넌더리가 난다 차라리 골목길을 가득 채운 꼬마들의 시끄러운 다툼질과 철새들의 지저귐 또는 한밤중 개짖는 소리가 마음에 든다 가장 정직한 것은 벽에 걸린 달력이고 김광규. "아니리". 문지. 1990. 87. ------ 간결하고 명쾌하다. 마지막 행 '가장 정직한 것은 벽에 걸린 달력이고'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시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시적 언어는 어때야 하는가? 하는 점을 다시 한번 곱씹게 된다. 2024. 2. 25.
김광규 - 좀팽이처럼. 문지. 1988 김광규 시의 주조는 일상성을 다루면서도 그 일상의 허위나 잘못된 부분을 단순화하면서도 객관적으로 제시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네 번째 시집에서는 사회 현실에 대해서 전에는 말할 수 없었던 부분들을 민주화의 물결과 더불어 좀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우리의 인생을 자연에 빗대어 노래하는 부분들도 눈에 띈다. 2024. 2. 15.
김광규 - 봉순이 엄마 봉순이 엄마 김광규 골목길로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먹갈치와 물오징어를 사라고 외치는 봉순이 엄마 생선장수 어미가 창피해서 골목길을 피해다니던 딸을 그녀는 어엿한 대학생으로 키워놓았다 이 세상 모든 사람 온갖 일에 아무런 기대도 품지 않고 별다른 요구도 하지 않고 요란한 투쟁도 벌이지 않고 자반고등어와 이면수를 사라고 외치며 골목길로 리어카를 끌고 다니는 봉순이 엄마 민주화가 무엇인지 올림픽이 어디서 열리는지 공장이 왜 문을 닫는지 전혀 아랑공없이 한평생 생선을 받아다 팔면서 살아온 그녀는 조합 없는 노동자 구호를 모르는 민중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미더운 이웃 김광규. "좀팽이처럼". 문지. 1988. 52-53 -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면서 자식을 기르는 한 서민의 모습을 담아낸 시이다. 단순화일 수도 .. 2024. 2. 15.
김광규 - 나뭇잎 하나 나뭇잎 하나 김광규 크낙산 골짜기가 온통 연록색으로 부풀어올랐을 때 그러니까 신록이 우거졌을 때 그곳을 지나가면서 나는 미처 몰랐었다 뒷절로 가는 길이 온통 주황색 단풍으로 물들고 나뭇잎들 무더기로 바람에 떨어지던 때 그러니까 낙엽이 지던 때도 그곳을 거닐면서 나는 느끼지 못했었다 이렇게 한 해가 다 가고 눈발이 드문드문 흩날리던 날 앙상한 대추나무 가지 끝에 매달려 있던 나뭇잎 하나 문득 혼자서 떨어졌다 저마다 한 개씩 돋아나 여럿이 모여서 한여름 살고 마침내 저마다 한 개씩 떨어져 그 많은 나뭇잎들 사라지는 것을 보여주면서 김광규. "좀팽이처럼". 문지. 1988. 28-29. - 자연의 순환을 느끼지 못하고 사는 삶과 , 나뭇잎의 운명에서 우리의 인생을 반추하는 모습 등이 담겨 있는 시이다. 2024.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