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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폭포행

변산 벼락폭포 주변[전북 부안군 변산면 중계리](20191007-4)

by 길철현 2022. 11. 14.

[탐방기] 변산반도 국립공원은 1998년 10월에 처음으로 찾았다. 당시에는 외변산의 채석강을 찾아갔는데 밀물 때라 정작 채석강은 제대로 보지 못하고, 격포 앞바다의 일몰만 사진에 담았다. 내변산의 대표적인 명소인 봉래구곡 코스를 찾은 것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2004년 7월 14일에 '직소 폭포에서'라는 시를 쓴 것으로 보아 그 전에 찾았던 것이 틀림 없다. 2005년도 6월 30일에는 디지털 카메라를 막 구입해서 다시 한 번 봉래구곡 코스를 찾아 직소폭포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왔는데, 카메라 사용법을 잘 몰라 셔터를 끝까지 누르지 않는 바람에 이 여행에서 찍은 사진은 현재 3장 밖에 남아 있지 않다. 안타깝게도 직소폭포를 찍은 사진도 나오지 않았다. 그 뒤로도 변산반도 국립공원은 한두 번 더 찾았던 듯하다. 그러다가 2019년에 유튜브에서 변산반도 국립공원의 어떤 곳을 촬영한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가히 절경이라고 할 만한 곳이었다. 변산반도 국립공원은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다가 완전히 낯선 절경을 접하고 놀랐다가, 조사를 좀 해보니 부안댐으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벼락폭포 주변이었다. 

 

얼마 뒤 시간을 내서 전북 지방을 여행할 기회를 잡아 이곳에 들렀다. 비가 오고 날이 흐려서 사진을 찍기에는 좋지 않았지만, 비가 온 다음 얼마 동안만 볼 수 있는 벼락폭포(벼락처럼 순식간에 나타났다 순식간에 사라진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단다)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직소천 건너 멀리서 바라보는 광경이었지만 큰 바위 절벽 사이로 흰 물줄기를 쏟아내는 광경은 그야말로 선경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나는 이 폭포로 가는 등산로가 없는지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그 쪽으로 지정 등산로는 나 있지 않았다(이 글을 쓰면서 조사를 좀 해보니 보를 건너 암릉을 타고 올라가는 길이 있긴 한 모양인데, 다소 위험한 구간인 듯했다).

 

이 날 나는 세 번에 걸쳐 이곳을 방문했다. 첫 번째 찾았을 때는 비가 오고 날이 흐려 사진만 몇 장 찍은 다음 부안호에 들렀다가 내려오는 길에 다시 들러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를 만난 것은 아마도 이 때였던 듯하다. 60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그는 대낮부터 한 손에 소주병을 들고 술냄새를 풀풀 풍기며 나에게로 다가와 다짜고짜 '어디서 왔는지' 물었다. 나는 똑딱이 카메라로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가운데 벼락폭포 주변의 절경을 포착해 보려고 애를 쓰고 있었는데 대낮부터 술냄새를 풍기는 불청객이 달가울 수가 없었다. '대구에서 왔다'가 짧게 대답을 하고 그를 피하려고 했다. 그는 반말조로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했다. 

 

예전에 저 폭포에 올라간 적이 있었지. 올라가서 확 뛰어내려 죽으려고 했지만 그게 쉽지 않대. 그래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내려왔지. 

 

전국을 돌아다니며 안 해본 일이 없다는 말도 했던가? 그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간 고통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우리 삶에는 고비가 있기 마련이라는 걸 그의 말을 통해 새삼 느낄 수 있었다. 

 

1. 부안댐 올라가는 길에

불무동길에서. 직소천이 서해로 흘러들어가기 직전
불무동길에서 석문길을 따라 올라가며 등산로를 찾아보았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건물은 부안양수장.
길은 보(벼락폭포로 가기 위해서는 이 보를 건너서 암릉을 올라가야 한다는데)가 보이는 부근에서 끊어졌다.

2. 부안댐에서 내려와서 

공공 전기를 무단으로 쓰는 것은 불법입니다. 도전은 불법, 간략하긴 하다.

3. 가마소계곡을 찾은 뒤에

 

비가 내리는 가운데 가마소계곡을 찾았다가 옷이 다 젖었다. '변산 해수풀'로 가서 목욕도 하고 옷도 갈아 입은 뒤 아쉬움이 남아 이곳을 다시 찾았다. 비가 그치고 차츰 구름이 걷히면서 벼락폭포 주변이 다소 선명한 모습으로 드러났다. 

벼락폭포, 이만수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