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 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1944)
"살아 남은 자의 슬픔". 김광규 옮김. 한마당. 117.
*(역자 주) 1941년에 쓴 '사상자 명부'라는 시에서 시인은, 모스크바에서 병사한 슈테핀(Margarete Steffin), 스페인 국경에서 자살한 벤야민(Walter Benjamin), 베를린 시대의 영화감독 콕흐(Karl Korch) 등을 꼽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