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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최승자

최승자 - 청계천 엘레지

by 길철현 2023. 9. 13.

회색 하늘의 단단한 베니아판 속에는
지나간 날의 자유의 숨결이 무늬져 있다.
그리고 그 아래 청계천엔
내 허망의 밑바닥이 지하 도로처럼 펼쳐져 있다.
내가 밥먹고 사는 사무실과
헌책방들과 뒷골목의 밥집과 술집,
낡은 기억들이 고장난 엔진처럼 털털거리는 이 거리
내 온 하루를 꿰고 있는 의식의 카타콤.
 
꿈의 쓰레기더미에 파묻혀,
돼지처럼 살찐 권태 속에 뒹굴며
언제나 내가 돌고 있는 이 원심점,
때때로 튕겨져 나갔다가 다시
튕겨져 들어와 돌고 있는 원심점,
<그것은 슬픔>
 
"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사. 1981(1990). 57
 
- '낡은 기억들이 고장난 엔진처럼 털털거리는 이 거리'라는 비유는 절묘하지만, 느낌이 좋다고 생각하고 옮겨 적었는데 적고 보니 뭔가 아쉽다. 애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