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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충주호 일원

출발하기에 앞서

by 길철현 2023. 9. 15.

군복무 중이던 1988년 3월 초 36번 국도 충주에서 단양으로 이어지는 길을 시외버스를 타고 지난 기억이 뇌리에 새겨져 있다. 비포장 도로라 차는 덜커덩거렸지만, 오른편으로 눈 덮인 월악산과 왼편으로 가없이 펼쳐진 충주호는 내 어린 감성에도 찬탄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 첫 만남 이후, 35년의 세월 동안 나는 여러 번 충주호 일원을 찾았다. 선배들과 월악산 송계계곡을 찾았고, 친구들과는 월악산 영봉에도 올랐다. 용담폭포를 지나 금수산 정상에도 내 족적을 남겼다. 또 충주호 유람선을 타고 충주에서 단양까지 뱃길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 보기도 했다. 가족들과는 장회나루에서 유람선을 타고 구담봉과 옥순봉을 좀 더 가까이서 감상하기도 했고, 몇 해 뒤에는 구담봉과 옥순봉을 직접 오르기도 했다. 삶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 청풍랜드를 찾아 번지점프를 한 경험 또한 잊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얼마 전에는 옥순대교에서는 불그레하게 물든 청풍호에 취해 시 한 편을 짓기까지 했다. 그뿐인가? 정방사에서 바라본 원경의 충주호가 멋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나의 애마를 몰고 산길을 치닫기도 했다.

 

그렇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비봉산 정상에 올라 사방으로 뻗어있는 충주호를 보고서야 비로소 나는 충주호가 우리나라 제일의 호수라는 걸 절감했다. 그리고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으나 이 내륙의 바다와 그 주변을 발길이 닿는 대로 차근차근 탐방해 보기로 결심했다.

 

탐방을 어떻게 이어나갈지 구체적인 계획은 서있지 않다. 다만 충주댐을 기점으로 오른편에서 출발해서 왼편으로 돌아온다는 대원칙만 세운 상태이다. 그래서 이번 탐방의 시작은 '종댕이길'이 될 것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탐방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지난 몇 해 이어온 나의 호수(저수지) 순례가 대전환점을 맞고 있는지도 모르겠다.